▲3선 서울시장 탄생... 박원순의 세리머니6·13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박 후보가 부인 강남희 여사와 함께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마련된 캠프 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그런데 후반기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싱가포르에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으러 가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7월 8일)고 한마디 한 뒤 서울의 부동산 시장을 들쑤셨다는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썼다. 박 시장이 강북에서 한 달 살이 끝에 내놓은 '강남·북 균형 발전'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정도로 그가 입은 이미지의 타격은 컸다.
여의도 개발 논란은 발언 취소로 불길이라도 잡을 수 있었는데, 10월부터 촉발된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의혹은 실체가 없는 '유령과의 싸움'이라 더 답답한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에서 함께 근무하는 친인척 비율을 나타내는 숫자(11.2%) 하나로 촉발된 의혹 때문에 박 시장은 내년 국회 증언대에 서야 한다.
박 시장이 참모들에게 "말 한마디 편하게 못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도 잦아졌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대 학생의 질문에 "(국회 국정조사를) 돌파하고 나면 조금 더 강력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답한 것은 그의 권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고, 국회의원들의 세비 인상을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은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의 반(反)정치 코드로 읽혔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누가 3~4년 뒤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박 시장이 최종후보군에 들어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강력한 원톱 주자가 없는 여당 내부의 지형도 2022년 경선이 2017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임을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의원은 "내가 협상하면서 보니까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에 가진 영향력이 최소 30%는 넘어 보였다"(13일자 중앙일보 인터뷰)고 평했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가 됐든 큰 선거가 없는 2019년은 정치인으로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 형식을 취했지만, 그 자신이 "우리 사회에 산적한 개혁 과제들이 많다. 그중에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5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과감한 개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책임은 박 시장도 나눠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박 시장이 말한 '박원순다움'으로 얘기를 다시 돌려보자. 박 시장은 갈등의 현장에 제때 가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참모들에게 얘기했다.
과거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는 현장에 가서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존재감이 있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일단 가면 이러저러한 약속을 해줘야 한다"는 반론에 부딪혀 현장에는 아예 가보지도 못할 때가 많다는 얘기였다.
박 시장이 최근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아현2지역 철거민 박준경씨의 빈소를 찾고(12월 5일), 철거민 대책위 관계자들을 잇달아 면담(같은 달 11일)한 것에 대해 참모들은 "반대 의견이 많았음에도 결행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박 시장의 행보가 여느 정치인들처럼 '보여주기'로 비치지 않으려면 '묵직한 대안'을 겸비해야 한다.
곽현 소통전략실장은 "서울시장이 모든 걸 일일이 할 수는 없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조례와 예산으로, 그 이상의 부분은 국회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며 "문제는 유치원 3법 논란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합리적 논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글을 정리하다가 박 시장이 2년 전에도 '박원순다움'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박 시장이 2017년 1월 12일 지지자들의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의 일부는 이랬다.
"당장 장사가 안되니까 품목을 바꾸고, 포장도 잘 해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박원순다움'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지켜야 하는 가치로 정면승부하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너무 바보 같은 걸까요?"
이번에는 정면승부로 그가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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