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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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직장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린이에게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이, 학생들에게는 겨울 방학이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회사 송년회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직장 동료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송년회를 빙자한 회식, 의미 없는 대화, 늘어가는 빈 술병, 상해가는 내 간 때문이 아닐까.
최근에는 회식문화가 점점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에 안 가는 술고래 상사의 손에 이끌려 한겨울 밤거리로 내몰리는 직장인들이 있다. 회식은 제발 1차만 하자.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은 조금 아껴 두었다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들려주는 나눔의 정신을 발휘해 보는 연말연시가 됐으면 한다.
직장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직장인이 되기 전에 맺어온 인간관계 또한 존재한다. 그리고, 1년 내내 소홀했던 인간관계를 12월 단번에 만회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내년에는 평소에 자주 연락하고 만나야겠다는 부질없는 다짐을 하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모임도 회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혼 전엔 회사 상사 욕, 결혼하고 나서는 배우자를 향한 푸념 아니면 재테크 노하우, 중년 이후에는 은퇴 이후 걱정 또는 인생 역전한 남의 집 이야기. 100세 시대, 아직도 창창하게 남은 송년회 자리에 긴급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화 기근에 시달리는 모임, 대책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초·중·고를 함께 졸업한 4명의 고향 친구가 있다. 나를 포함해 독수리 5형제.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였기에 학창시절 동안 인연을 지속해올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후, 성적 따라 전국으로 흩어졌던 우리는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직장인이 돼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우리는 청소년 때 못지않은 수다를 쏟아냈다. 스포츠와 이성 친구 이야기로 밤이 새는 줄도 몰랐고, 다음 날 출근을 해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런 시절은 요즘 가을처럼 너무도 빨리 져버렸다.
마흔이 넘으면서 우리들의 대화도 체력과 비례해 줄어들었다. 어린 시절에는 한 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꼬리를 무는 대화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소개팅도 아닌데 찰나의 침묵이 자주 이어졌다. 소재 고갈은 드라마 작가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정치 이야기만은 피했다. 촛불의 시대를 관통한 우리는 극명하게 다른 정치색으로 대화가 더 줄게 됐다. 어떤 날은 만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리를 마무리한 적도 있었다. 씁쓸하고, 슬프고, 안타까웠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몇 년 전부터 생각만 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충분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