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총균쇠>
문학사상
책은 생태학자인 저자가 1972년 연구를 위해 머물던 뉴기니 섬에서 우연히 만난 얄리라는 정치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담고 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p.18
저자는 25년 만에 책을 통해 답을 한다. 의외로 간단했다. 제목인 '총,균,쇠', 즉 기술과 병원균이 그 답이겠다 싶지만 이는 사실 정복의 직접적 힘일 뿐 궁극적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저자는 궁극적 원인을 식량 생산으로 인한 인구 밀도의 증가, 정주형 생활로 보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대륙에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인류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유라시아에서 먼저 가축과 농작물이 가축화, 작물화 되었을까?
책은 이를 우연한 지리, 환경의 산물로 설명한다. 대륙 별로 가축화, 작물화가 가능한 야생 동식물 종이 다르고, 그렇게 시작된 식량 생산이 각 대륙 축의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전파되는데 기후가 좋고, 야생 동식물 종이 많고, 기후가 비슷한 동서 방향이 대륙의 축이었던 유라시아 대륙이 여러모로 유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문장으로 이렇게 말한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p.35
책의 전반부인 1, 2부에서는 궁극적 원인이 된 식량 생산의 대륙별, 지역별 차이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서술한다. 후반부인 3, 4부에서는 이 궁극적 원인이 어떻게 병원균, 문자, 기술, 정치라는 직접적 원인을 낳아 누군가는 지배하고, 누군가는 지배받는 상황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총,균,쇠>는 1998년에 퓰리처 상 일반 논픽션 부문과 영국의 과학출판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읽으면서 설명과 근거 제시가 지나칠 만큼 자세해 지루하다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자기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밝히는 학자의 자세이지 않을까 싶다.
그는 문명을 단지 역사가 아닌 과학으로 접근하며, 인류사를 역사적 과학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이 출간된 20년 전, 인류 문명을 새롭게 바라보는 저자의 과학적 시선이 인류사 연구의 큰 인식 전환을 가져왔으리라 짐작해 본다.
책은 각 대륙들에서 왜 문명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겼는지를 통해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게 될지 고민하게 한다. 또한 우리가 인류의 발전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우리에게 꼭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사실 나에게는 산업화된 국가가 수렵 채집민 부족보다 '낫다'든지, 수렵 채집민의 생활 방식을 버리고 철 중심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진보'라든지, 또 그와 같은 변화가 인류의 행복을 증대시켰다든지 하는 따위의 생각은 전혀 없다. 미국의 도시와 뉴기니의 촌락에서 각각 살아본 나의 느낌은, 이른바 문명의 축복이라는 것에는 장단점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p.23
기술이 발전할수록 앞서가는 나라와 뒤처지는 나라의 간극이 더 커진다. 그러나 그 발전을 근거로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의 우위에 있다고 여길 수는 없다. 발전의 정도는 환경과 지리가 가져다 준 우연의 산물일 뿐이기에 우리는 서로 존중해야 함을 책은 전제로 하고 있다.
책이 두꺼워 금방 읽힌다 말할 순 없지만 중심 문장과 근거가 분명히 드러나 책장이 생각보다 빨리 넘어가니 혹여나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용기 내도 좋겠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프롤로그만 정독해도 책의 맥락은 잡을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에필로그까지 섭렵하여 '총,균,쇠' 조금 읽어본 사람이 되시길.
총 균 쇠 (반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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