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합뉴스
치안정책연구소의 '경찰관 PTSD 실태와 제도적 대처방안'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외상후 스트레스에 노출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가톨릭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스트레스 지수가 일반인의 4배에 달하며 자살률도 일반 자살률의 1.5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인재개발원 '인권감성교육센터'나 '마음동행센터' 등을 다녀간 경찰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와 우울증 위험도가 42%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예방과 외상후 스트레스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장소의 전국적인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여전히 경찰의 업무는 과중하고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아드님은 절대 경찰 공무원 시키지 마세요. 우리 엄마가 공무원 돼서 따뜻한 밥 먹고 살라고 했는데 이게 뭐예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 이거 점심으로 먹으려고요."
콜라 한 병과 빵 한 개를 들고 급히 황단보도를 건너가며 안면이 있는 정보과 형사가 언젠가 내게 한 말이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부상으로 인한 입원, 요통, 요추 간판탈출, 어깨질환 등의 만성질환, 소화성위궤양 위험도 다른 공무원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긴 근무시간과 야간근무 및 수면부족,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외상사건에 대해서는 '같이 근무했던 동료가 직무수행 중 사고로 사망' 혹은 '동료의 자살' 등이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아 평균 75.05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직업상 많은 죽음의 현장이나 사고 현장에 맞닥트리게 된다. 동료와 선배의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 현장을 목격하기도 하고 시신을 수습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충격과 상처로 남지만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이 일에 몰두해야 한다.
김성희 경찰인재교육원 인권감성교육센터 교수는 함께 근무하던 경찰 선배의 자살 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선배가 죽음을 선택할 만큼 힘들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한 경찰이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들었다.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자살률이 1.5배나 높은 경찰들이지만 그들은 죽음의 순간까지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거나 내색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민중에 봉사하는 직업인만큼 누구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강해야 한다는 내적 외적 인식 때문이다. 김성희 교수가 진행하는 '공감 힐링' 교육은 본인이 받은 상처를 자가치유하는 방법이 됐다.
지난 6월부터 경찰인재개발원 인권감성교육센터의 공감 힐링 최고 심화 과정인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하고 있는 사이코드라마 전문가인 권계영 서울예술심리상담센터 대표 겸 국제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말한다.
"경찰의 직무상 외상후 스트레스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은 회복탄력성이 높지만 극한의 한계상황에 고통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참는 그룹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과정은 비용대비 예방 효과가 가장 뛰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감 힐링 심화과정 같은 경우 특히 이론과 실제 현장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의 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찰관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어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더 많은 공간 확보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계영 교수는 "지금의 조건으로는 전문가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며 "솔직히 강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제성과 위치 등 다른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할 때 경찰인재개발원 교육을 담당하는 것보다는 일반인을 상대로 상담·심리 치료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경찰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무엇보다 더 많은 경찰이 도움을 받아 건강한 직장인이자 생활인이 돼야 한다는 봉사자의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정혜심 경정도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공감 힐링 과정"이라며 "더 많은 예산을 확보로 더 나은 강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미투 운동 등으로 여성들만 있을 때 꺼낼 수 있는 내밀한 속내를 풀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2019년에는 여성만을 위한 '힐링 과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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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절대 시키지 말라"던 그 경찰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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