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일째 고공농성에 이어 무기한 단식 돌입한 홍기탁-박준호75m 높이 굴뚝에서 422일째 농성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노동자와 시민들이 두 농성자의 건강 악화를 걱정하며 밧줄을 내려달라고 전화를 했지만 농성자들은 단식을 이어가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유성호
그러나 돌아가야 할 스타케미칼은 이미 청산 절차를 밟고 있었다. 돌아갈 공장이 사라진 노동자들은 스타플렉스가 충남 아산에 세운 '파인텍'으로 적을 옮겼다. 파인텍은 스타플렉스 전무이사 출신 강민표씨가 대표를 맡았다. 스타플렉스는 기존 스타케미칼과 달리 파인텍을 스타플렉스 자회사가 아닌 별도 회사로 만들었다.
차광호, 홍기탁, 박준호 등 노동자 11명은 2016년 1월부터 새로 생긴 파인텍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파인텍은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일감을 주지 않았다. 2016년 당시 최저임금(시간당 6030원)보다 1000원을 더한 7030원의 시급에 해당하는 월급을 줬다. 이렇게 받으면 간신히 월 120여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파인텍이 워낙 외곽에 위치한 탓에, 노동자들은 판넬로 지어진 기숙사에 생활해야 했다. 일은 고사하고 식사도 점심 한 끼만 주어진 탓에 제대로 된 생활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후 노사가 다음해 4월까지 18차례 만났지만, 애초 2016년 1월까지 체결하기로 했던 단체협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차광호가 굴뚝농성을 이어가며 얻어낸 단체협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파인텍과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회사인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는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미체결 등 합의불이행' 등을 이유로 2016년 10월 28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파인텍 사측은 공장을 폐쇄했다. 이듬해 8월에는 아예 공장에서 기계를 빼 버렸다. 공장건물의 임대 기간도 연장하지 않았다.
다시 오갈 데가 없는 신세, 2017년 11월 12일 파인텍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은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 인근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지상 75m의 이 굴뚝에 서면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가 바로 보인다.
핵심은 '고용승계'
이제 사회 문제가 돼 버렸다. 이미 파인텍 노동자들뿐 아니라 각계에서 연대 단식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송경동 시인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나승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등이 무기한 연대 단식에 동참했다. 이후에도 농성장을 찾아 연대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각계의 염원이 닿은 것이다.
어렵게 만난 노사 교섭은 난항을 보였다. 파인텍 노조는 스타플렉스의 직접 고용을 요구했고, 스타플렉스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유명무실한 하청회사(파인텍)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면서 "책임 있는 원청 스타플렉스의 직접 고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이런 주장을 하는 까닭은, 파인텍은 현재 직원도 설비도 없는,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기 때문이다. 힘들게 돌아가도 '파인텍'은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게 노조가 스타플렉스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이유다.
사측은 스타플렉스로의 직접 고용은 물론, 복직 시 5명에 불과한 파인텍 노동자들을 이전 스타케미칼 단체협약 수준으로 보장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강민표 파인텍 대표도 이미 지난달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파인텍 노조는 (직접 고용이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노조의 스타플렉스 직접 고용을 일축했다.
식사 거부한 굴뚝 위 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