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젊은이] 2017
참여사회
나는 인부 1이에요 / 소금밭, 공사장 /
길거리 어디에든 쉽게 있어요 사라져도
모를 일이죠 / 다리들과 제법 친하구요 심연으로 가라앉더라도 /
오르는 것에 익숙하지요 / 오르는 것에 익숙하지요
올라갈 수는 있지만요 / 머무를 수는
없었어요 누군가 노래하던 것처럼 / 평범한 사람이고 싶어요 오늘도 뜨거워지는 /
나의 눈은 언제쯤 식을까 아무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다 / 지쳐 잠들겠지
몇 시간 후면 / 다시 일어나 씻어야 하는
나인 걸 그래도 눈을 감자 감아보자 /
혹시라도 혹시라도
- 유하 <인부 1> 중에서
인부가 너무 많아 '인부 1'이 되는 삶.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삶. 사라져도 모르는 삶. 그저 평범한 삶이 되고 싶은 삶. 뜨거워지는 눈이 언제쯤 식을지 모르는 삶. '혹시라도 혹시라도' 하는 가는 희망을 겨우 붙잡고서야 잠드는 삶. 이제 세상에 없고, 지금 굴뚝에 있는 삶. 굴뚝 아래 있어도 다르지 않은 삶이 너무 많다.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은 가게를 열든, 노동자가 되든 일을 해야만 먹고 산다. 누구나 아등바등 살지 않고 편안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지만 이 나라에서는 그 평범한 소원 하나 이루기가 이리도 어렵다. 공부하기 어렵고, 취업하기 어렵고, 가게를 열기 어렵다. 계속 일하기 어렵고, 결혼하는 일, 아이를 키우는 일 모두 어렵다. 사람답게 사는 일부터가 '미션 임파서블'이다.
어차피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어렵다
너무 어려워서 오히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굳이 고통을 꺼내서 곱씹고 싶지 않은 것일까. 일하는 고통, 살아가는 고통은 뉴스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만 말한다. 노동자의 삶을 노래하는 민중가요, 노동가요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 자신이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가 더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의 노래를 부르는 이는 드물다. 노동자로 살기보다 소비자로 살고 싶은 나라, 시민으로 살고 싶은 나라에서 일하는 고통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쓰는 이야기일 뿐, 좀처럼 노래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