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21〉 아슐리안 주먹도끼. 프랑스 성 아슐(St. Acheul)에서 나왔다 해서 아슐리안 주먹도끼라 한다. 〈사진122〉 전곡리 주먹도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유적에서 나옴. 높이 15.5cm. 197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한 주먹도끼이다. 전곡리 주먹도끼는 아슐리안 주먹도끼에 견주어 투박한데, 그 까닭은 돌의 성질에서 비롯한다. 전곡리 주먹도끼는 주로 자갈돌을 차돌로 내리쳐 깨뜨려 만들었다. 이 돌은 아주 단단하기 때문에 눌러떼기를 할 수 없다.
서울대학교박물관
신석기 미술은 '추상미술'이 아니라 '구상미술'
〈사진122〉 고산리 융기문토기에 대해 국립제주박물관은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다.
"토기는 대부분 고산리식 토기로 불리는 원시무문토기와 융기문토기, 소량의 압인문토기가 출토되었다. 융기문토기는 아가리 부근에 3줄의 점토 띠를 에스(S)자 모양으로 곡선화 시킨 기하학 무늬로 태선융기문과 유사하다." -국립제주박물관, 《제주의 역사와 문화》(통천문화사, 2001), 33쪽
참으로 어려운 설명글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구절은 "아가리 부근에 3줄의 점토 띠를 에스(S)자 모양으로 곡선화 시킨 기하학 무늬"라는 말이다. 이 말을 우리 말법으로 고쳐 쓰면, '아가리 쪽에 흙 띠 석 줄을 에스(S)자 모양으로 덧붙인 기하학 무늬'쯤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무엇을 새롭게' 알려주는 설명글이라 할 수 있을까. 더구나 흙 띠 세 가닥을 보는 눈도 잘못되었다. 가장 위 아가리 쪽 한 가닥은 아가리와 반듯하게 '평행'을 이루고 있고, 밑에 두 가닥만 구불하게 붙였다.
유홍준은 양양 오산리, 부산 동삼동과 더불어 제주 고산리 덧띠무늬토기를 설명하면서 이 '덧띠 무늬'를 '추상 무늬'라 한다.
"덧띠무늬토기는 그릇을 성형한 다음 이를 단단하게 하기 위하여 표면에 굵은 띠를 서나 가닥 덧붙인 아주 세련된 토기다. (……) 덧띠 장식에는 자연스런 추상 무늬 효과도 있고 느릿한 동감과 진한 손맛이 느껴진다. (……) 이런 덧띠무늬토기에서는 모던아트modern art의 프리미티비즘primitivism 예술에서나 볼 수 있는 현대적인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데 원초적 삶의 건강성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예술성을 앞세운 모던아트의 그것보다 더 진한 감동을 받게 된다. -유홍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눌와, 2012), 26-28쪽
여기서 유홍준은 '융기문토기'라 하지 않고 '덧띠무늬토기'라 한다. 이것은 아주 알맞게 정정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융기는 스스로 일어나는 것인데, 〈사진112〉의 그릇 무늬는 저절로 융기한 것이 아니라 고산리 신석기인이 '일부러' 흙띠(덧띠)를 붙여 '무언가'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융기문'보다는 '덧띠무늬'가 더 알맞다. 그런데 그는 이 덧띠무늬가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덧띠가 그릇을 더 '단단하게' 하는 구실을 한다든지, 모던 아트의 '원초적인 삶'이 살아 있다 하고, 결국 국립제주박물관의 설명글처럼 '추상 무늬'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