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세워두고 약 4킬로미터 가량 사막 산을 걸어야 온천에 도착할 수 있다. 길에는 사막 꽃들이 지천에 피어 있다. 붉은 꽃이 그대로 말라 초콜릿 빛깔을 띠고 있다.
유순상
사막 야생화, 여름잠 자는 두꺼비, 두 얼굴의 생태
딥크릭 온천은 샌버나디노 국유림 모하비 사막 북쪽에서 솟는다. 행정구역은 샌버나디노 카운티 애플밸리로 LA에서 남쪽으로 145㎞. 차로 두 시간 거리다. LA와 샌디에이고에서 접근하기 좋은 온천 중 하나다.
크릭은 우리말로 개울, 냇가를 말한다. 이 일대는 건조한 사막 기후다. 샌버나디노 일대 산맥이 서쪽 태평양에서 몰려오는 비구름을 막아 일 년 내내 비그늘이 진다. 이 때문에 이 산을 기준으로 서쪽은 산림이 겹겹이 쌓여 깊고 울창하지만, 동쪽은 키 작은 덤불로 구성된 사막 관목지대다. 캘리포니아 자연의 극적인 두 얼굴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다.
이곳의 다양한 생태 환경은 미 남서부에서는 만나기 힘들다. 특히 온천 근처에는 딥강이 흘러 강기슭에 버드나무류와 떡갈나무 계열의 활엽수가 자라고 동시에 침엽수인 피뇬(Pinyon)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막 야생화도 지천으로 피어난다. 기름을 짜 쓰는 연 노란색 꽃 크레오소트(Creosote)와 긴 줄기에 하얀색 꽃이 종종 달려 있는 장미과의 차미스(Chamise), 빨간 꽃대롱의 펜스테몬(Penstemon), 달빛 꽃밥을 안고 있는 연보랏빛 호아리 애스터(Hoary Aster) 등이 있다. 자세히 봐야 찾을 수 있다.
푸른빛이 감도는 이름 모를 검은 새와 각종 도마뱀, 멸종 위기종인 소협곡 두꺼비 '애로요 토드(Arroyo Toad)'가 서식한다. 애로요 토드는 몸집이 7㎝로 작은데 날씨가 건조해지는 8월 잠이 들어 이듬해 1월 깬다. 겨울잠이 아니라 여름잠이다. 이곳은 또 대표적인 송어 서식지이다. 낚시꾼들은 루어로 크기 203㎜ 이상의 송어를 하루 두 마리만 잡을 수 있다.
보웬 랜치 카우보이 오두막에서 차로 조금 더 들어가 트레킹으로 이어지는 막다른 공터에 주차를 했다. 온천까지는 약 4㎞, 걸어서 50분 정도 거리다. 조금 거친 산책 수준의 난도다. '까칠남'이 준 지도가 꽤 정확해 간단한 기호를 보고도 거뜬히 온천을 찾아갈 수 있다.
길은 경사길 모래 바닥이라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방울뱀도 주의해야 한다. 여름에는 낮 기온이 섭씨 38도를 쉽게 웃돈다. 물을 충분히 챙기고 모자와 선글라스, 선크림도 준비해야 한다. 겨울철 눈만 피하면 일 년 내내 걷기 좋다.
선글라스가 필수품인 이유
얼마나 걸었을까? 멀찍이 살집이 있는 노인의 뒤태가 보인다. 어라? 그, 런, 데! 아래가 휑하다. 노 팬티! 영어로는 '버스데이 수트(Birthday Suit)'. 머리에서 범종이 두웅 친다. 노인은 태연히 "굿모닝(Good morning)" 인사를 건넨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에는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하우아유(How are you)" 인사를 한다. 아랫도리가 드러난 채로. 말로만 듣던 나체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