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흔들리지 않는다

[르포] 목포 탐방... 논란 넘어 서남해안시대 개막의 해

등록 2019.01.28 08:01수정 2019.01.2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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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인 24일 오후 늦게 목포역에 도착했다. '호남선 종착역'이라는 표지석을 뒤로 하고 역사를 빠져나왔지만 분위기는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손혜원 의원의 기자회견으로 인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할지라도 어디서 이 도시를 스케치하는 사람들이라도 좀 있길 기대했다. 때문에 미리 역 앞 모텔에 전화를 걸어 숙박비까지 확인했다. "4만원입니다."
  
목포 중앙로  위대한 목포라는 안내나 루미에나리의 화려한 불빛과 달리 도시는 9시만 돼도 멈추었다.
목포 중앙로 위대한 목포라는 안내나 루미에나리의 화려한 불빛과 달리 도시는 9시만 돼도 멈추었다.조창완
 
평일이랑 전혀 차이가 없었다. 숙소 근처 낙지집에서 저녁을 하고, 밤 거리로 나와 1시간 동안 이번에 논란이 된 거리를 산책했다. 카메라에 찍힌 시간을 확인하니 밤 8시 45분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목포근대역사관과 목포항, 항동시장 등을 경유해 창성장 근처를 다시 본 후 목포역으로 복귀했다.

무엇인가 들뜬 느낌을 기대했던 내 생각은 철저히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당신들의 호기심은 당신들이 치우시요라는 듯 무관심했다. 목포는 다른 지역의 시선과 달리 묵직했다. 세상의 프레임에 갇힐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철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자신감은 박정희 정권 이후 유일한 비영남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자신감에 바탕으로한 것이기도 하고, 근대이후 도시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한 경험에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손혜원 의원으로 촉발된 이상한(?) 관심을 차지하고 목포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양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반년간 두주에 한번 꼴로 목포역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목포가 가질 변화를 예측해 본다.

2000년 하당 개발 시작되면서 도시 중심 옮겨가
 
역전 원도심의 이주 안내 중앙로는 새로운 창업흐름도 있지만 상당 수의 가게가 비어있다.
역전 원도심의 이주 안내중앙로는 새로운 창업흐름도 있지만 상당 수의 가게가 비어있다. 조창완
 
철로라는 측면에서 보면 목포는 신기한 지역이다. 사실 교통의 편리성을 따지만 이 시대 목포역은 지금의 '임성리역' 정도에 있는 것이 맞다. 이곳이 하당이나 남악신도시에 접근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포역은 여전히 7.5Km를 더 간 옛 역 그 자리에 있다. 유력 정치인의 고집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때문에 인구의 대부분이 사는 하당이나 남악신도시 사람들은 자동차로 15분에서 20여분 넘게 다시 가야 한다.

그런데도 목포역이 지금의 자리를 지킨 것은 목포역 자체가 가진 역사성 때문이다.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설치된 직후인 1911년 10월부터 착공한 호남선은 1914년 1월에 이를 완공한 후 군산과 더불어 일제가 호남을 착취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이후 기차역과 항구는 변화하는 목포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1999년 택지개발을 마친 하당신도시가 본격화되면서 구시가지는 침체되기 시작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구 시가지는 죽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하당으로 갔다가 대학 다닐 때는 다시 남악으로 목포의 중심이 옮기죠. 그때부터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침체했어요."

40대 초반인 목포 출신의 현장 동료는 간단 명료하게 목포 구시가지를 설명한다. 실제로 반년 동안 목포를 다니면서 구시가지를 들어와 본 것은 가족과 함께 목포 인근을 여행할 때와 이번이 처음이다.
  
다시 단장중인 목포근대문화역사관 입구에는 소녀상이 세워져 일제 침탈의 애환을 가진 목포를 달래고 있다
다시 단장중인 목포근대문화역사관입구에는 소녀상이 세워져 일제 침탈의 애환을 가진 목포를 달래고 있다조창완
 
유달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목포 구시가지인 유달동은 쇄락의 정점을 찍은 지역이다. 1974년 시청이 용당동으로 옮겨가면서 중심의 지위를 잃은 구시가자는 이후 하당, 남악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빛을 잃었다. 한때 천만 원까지 호가했던 이 지역 상가 가격은 갈수록 추락했다.


그러면 일부 언론이 연일 띄우는 것처럼 이 지역은 정말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맞는 것일까. 이런 흐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목포역 전방 100미터 좌우로 있는 '목포가족관광호텔' 인근은 이전부터 도시 재생의 징후를 갖고 있었다. 젊은 풍의 게스트하우스 '노르웨이'를 비롯해 카페 바흐 등 새롭게 인테리어된 상가들이 적잖게 자리 잡아 여행자들이 머물만 했다.

이 거리 맞은 편 루미에나리로 밤거리를 단장한 원도심은 더러 하당점으로 이사한다는 안내와 더불어 비어 있었지만 '열혈청년 10명이 새로이 창업에 도전합니다'라는 프랑카드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길에서 오거리를 경유해 조금 더 항구쪽으로 가면 이번에 논란이 된 지역이 나온다. 과거 구시가지의 중심에 있던 초원호텔이 변모한 초원실버타운은 목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서울 한옥마을이나 익선동의 변모하는 과정을 본 사람들이라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을 걷다보면 상당수의 건물들이 조금만 더 손을 보면 아름다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치를 발견하게 한 건은 손혜원 의원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영화 <1987>을 촬영한 '연희네 슈퍼' 등은 짧게는 민주화 운동시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연상시키는 묘한 힘이 있다.
  
옥단이길 안내 남진생가 등 목포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설계한 3킬로미터 도보길 안내
옥단이길 안내남진생가 등 목포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설계한 3킬로미터 도보길 안내 조창완
 
목포시도 당연히 이런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흔적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차범석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옥단이 길'은 구동원본사에서 노적봉, 콩나물동네, 벽화골목, 김우진 거리, 남진 생가, 박화성 생가와 목포역을 잇는 3시간여의 스토리가 있는 길이다. 또 목포근대역사관 2곳을 중심으로 정리된 '목포 근대 역사의 거리'도 방문자들을 붙잡기에는 충분했다.

이미 많은 곳에 관련 정비사업이 벌이지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인 '달빛언덕', 커피전문점 '미미가토' 등은 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과거부터 이름이 있는 '코롬방 제과'도 여전히 번화했다.
 
창성장의 밤과 낮 예상과 달리 밤 9시나 아침 시간에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창성장의 밤과 낮예상과 달리 밤 9시나 아침 시간에는 한산한 모습이었다조창완
 
그럼 이번에 논란이 된 '창성장'이나 주변은 어떤 곳일까. 이 주변 역시의 변화에 중심에 있긴 하지만 투기지역이 되리라고 기대하기 힘든 지역이다. 우선 이 주변 대부분의 주택이나 상가들은 굳게 닫힌 지 오래다. 더러는 인테리어를 하다가 멈춘 집도 많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많은 건물이 있었지만 옛 모습 그대로 였다. 특히 횟집인 '신안바라나라' 건물을 비롯해 '남해선구점', '소라사진관', '만호본점' 등은 이미 그 자체가 문화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에 이야기된 건물들은 그런 관점에서 보기에 너무 평범했다. '창성장'은 베이징의 후통처럼 생긴 좁은 골목을 들어가야 입구가 있는 평범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손소영 갤러리'는 길거리에 있는 작은 가게를 잘 인테리어해 만든 작은 문화공간이었다. 이 지역 주민들 역시 이번 사건을 대수롭게 보지 않고 있는 듯 했다. 길거리에 간간히 있는 손혜원 응원 프랑카드나 손소영 갤러리 앞 지지 포스트잇은 물론이고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몇사람도 관심이 없었다.

오래 동안 목포항 앞에서 음식점을 해온 사람도 "목포는 한두사람이 살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또 그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구도심 문제는 DJ도 해결 못했다"고 말했다.

금년부터 관광을 통한 발전 원년 가능
 
올 상반기 개통 예정인 목포 해상 케이블카 주탑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로 올 상반기 개통 예정이다.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이 케이블카를 타면 목포항 전면을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개통 예정인 목포 해상 케이블카 주탑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로 올 상반기 개통 예정이다.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이 케이블카를 타면 목포항 전면을 볼 수 있다조창완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징후는 나쁘지 않다. 그간 빛을 보지 못한 전남 서남해안권이 올해부터 뜨거워지는 것은 확실하다. 우선 올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케이블카가 개통한다. 기존 해상케이블카인 통영케이블카(1.975km)에 비해 휠씬 긴 총 연장 3.36km로 유달산, 목포대교, 목포항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또 6월에는 '쏠비치 호텔&리조트 진도'가 문을 연다. 국내 최대 객실(1007객실)로 예정되고, 1단계 565객실이 우선 문을 열면 관광객들은 대부분 목포를 통해 진도에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이 시설만으로 인해 촉발되는 관광객 수요가 연 100 만명에 달할 수 있는 만큼 목포 지역의 부대효과도 명확하다.

또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도 목포시의 관광권에 있고, '섬의 날' 제정이나 달리도 슬로우시티 지정 등 이슈는 목포 등 서남해안 관광에 빅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남해안권에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목포 구도심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호재인 것에 틀림없다.
 
오래된 목포의 집들 목포의 시대를 반영해주는 목포의 다양한 근대 건축들. 건축의 박물과 같아 보인다
오래된 목포의 집들목포의 시대를 반영해주는 목포의 다양한 근대 건축들. 건축의 박물과 같아 보인다조창완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노이즈 마케팅처럼 목포가 인지되기 보다는 목포 자체의 관광자원을 부각할 수 있다. 전남 서해안은 역사적으로 중국 남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이었다. 북방의 육로가 유목민족으로 막혔을 때 대부분은 목포, 영암에서 출발해 흑산도를 거쳐 명주(明州 지금의 닝보)로 가는 사단항로를 통해 선택했다.

장보고는 이 길을 통해 동아시아 바다를 평정했고, 고려시대에도 벽란도에서 육지 근처를 항해하면서 이곳을 지나 흑산도를 경유해 중국으로 향했다. 때문에 중국에서고 고대부터 달마산, 두륜산으로 이어지는 선경과 해남 미황사, 대흥사, 영암 도갑사 등은 중국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이상향으로 꼽혔다.

하지만 사드 이후 한중관계가 복원될 경우 이 지역은 관광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우선 광주공항이 무안공항으로 통합되면서 우리나라 서남 항공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이용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이미 포화상태인 제주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이다. 현재 목포와 완도 간 쾌속선 운항노선이 급증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이용한 관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호재는 목포신항 크루즈항의 활성화다. 전남도는 지난해 목포신항에 1007억원을 들여 15만t급 크루즈 전용부두 1선석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00만 명 수준인 중국 출발 크루즈 관광객이 2030년에는 3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남 서남해안 발전에서 크루즈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목포 신항에 크루즈가 확대될 경우 그간 소외된 서남해안 지역 유커의 유입도 늘어, 외국 관광객의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손혜원 보도의 배후 중 하나로 지목되는 건설사들의 구 도심에 대한 개발에 있다. 지금까지 구도심의 가장 큰 재개발 사례는 31층 남교트윈스타 아파트다. 역 앞 400미터 앞에 위치한 아파트는 구도심과 어울리지 않는 흉물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유달산 남쪽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산온금재정비지역'에 이런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구도심은 완전히 도시재생이 불가능해진다. 목포 해상케이블카 역시 아파트 숲을 보는 케이블카로 전락할 상황이다.
 
새롭게 꾸며진 가게들 목포 구시가지는 새롭게 디자인된 멋진 카페나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새롭게 꾸며진 가게들목포 구시가지는 새롭게 디자인된 멋진 카페나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조창완
 
이번 상황이 이런 고층 아파트 건설을 희망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싸움일 수 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면 기존 도시 재생은 불가능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이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인 조선내화 건물이 주목받고 있다. 9000여 평의 조선내화 건물은 영화 <목포는 항구다>, <마약왕> 등을 촬영한 장소다. 근대 공장건물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이곳은 베이징 '798'이나 인천 아트 플랫홈처럼 옛 건물을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목포지역은 한국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또 목포 낙지와 완도, 진도의 전복, 흑산도 홍어 등이 모이는 해산물 요리의 보고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할 경우 인천, 부산, 제주를 능가하는 여행 지역으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여기에 공항, 크루즈항 등 인프라를 갖고 있어서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목포는 금년 내내 뜨거운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성장 맞은 편 가게 악어와 악어새 일반 음식점으로는 드문 간판을 가진 이곳은 이 시대 악어와 악어새가 누굴지 궁금하게 만든다
창성장 맞은 편 가게 악어와 악어새일반 음식점으로는 드문 간판을 가진 이곳은 이 시대 악어와 악어새가 누굴지 궁금하게 만든다조창완
 
이번 길에 가장 눈에 띤 한집은 창성장 맞은 편에 있는 한 식당이다. 도시의 퇴락한 골목에 있는 양주 팔던 집으로 보이는 이곳은 의외로 일반음식점이었다. 그런데 상호가 '악어와 악어새'였다. 장혹한 파충류인 악어는 입을 별려서 자신의 이를 청소해주는 악어새와 공생관계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 악어는 누구이고, 악어새는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목포 #손혜원 #해상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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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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