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로고
KBS
정쟁의 도구가 돼 버린 'KBS 수신료'
지난 9일 자유한국당의 박대출 의원은 극우단체가 주최한 'KBS수신료 거부운동'에 참석해 "KBS가 편향된 보도를 한다"라고 열을 올렸다. 1월 24일 'KBS의 공정성과 수신료 징수'를 주제로 열린 보수단체 토론회에서 황근 선문대 교수는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다양성이 침해되고 있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KBS 수신료가 정치권의 정쟁 도구로 이용돼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여당은 수신료 인상을, 야당은 인상 반대를 견지해 왔고, 여야가 교체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이 바뀌었다.
KBS 수신료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늘 '방송의 공정성' 문제다. 그런데 공정성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시각도 기준도 다를 뿐 아니라 그저 내 편에 불리하면 거두절미하고 '불공정'과 '편향'을 호소하니 상호 이해나 설득도 어렵다.
공정성 논의를 통해 KBS 수신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비생산적이고 끝나지 않는 논쟁의 연속일 뿐이다. 그러므로 수신료는 이제 '공정성'이 아니라 방송 생태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며 합리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유명무실한 방통위의 현주소
지난 23일 미디어시민단체들이 방송 관련해 11가지 개혁과제를 내놨다. 그중에서도 방송광고에 대한 지적은 매우 심각하다. 프로그램에 기업브랜드나 노골적인 상품 홍보가 만연해 있고, 협찬이라는 미명 아래 방송사와 광고주의 직접거래가 일상화돼 있으며, 방송에서 강조된 소재가 바로 홈쇼핑 채널에서 상품으로 선보여지는 연계편성까지 드러났다. 이쯤 되면 방송의 목적이 프로그램 서비스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렇게 된 데는 물론 규제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책임이 크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개국 이래로 종편이 방송생태계에 미친 폐해에 대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비판을 들어왔지만 방통위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기억은 없다. 오히려 방통위는 종편에 대한 각종 특혜로 방송시장을 왜곡하고 혼란만 부추겼다.
문제는 촛불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방통위의 정책방향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방통위가 발표한 종편 종합평가에서 2017년 조건부 재허가로 간신히 살아남은 TV조선이 1위를 차지하는 황당한 현상이 일어난 것은 방통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방통위는 지난 9일 종편과 지상파 사이의 비대칭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가상·간접광고 시간을 확대하는 등의 '방송광고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전면적 규제완화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광고 관련한 규제가 이처럼 맥없이 무너진 배경에는 방송과 광고시장의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방송시장에 2011년 방통위는 지상파와 똑같은 기능과 영향력을 가진 종편을 무려 4개나 허가했다.
그러나 그렇게 비대해진 방송시장에 비해 광고시장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과거 KBS, MBC, EBS, SBS 등 지상파 4개 채널이 나눠 가졌던 광고재원에 수백 개의 케이블TV와 4개의 종편이 가세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산업논자들의 엉터리 시장예측이 급기야 방송생태계를 해결난망의 구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