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4곳 신설하는 충남 "단 한명 학생도 포기 안 해"

[충남교육을 말하다] 2021년까지 신설 예정, 주민 반대도 없다

등록 2019.02.03 17:33수정 2019.02.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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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중인 특수학교 학생들.
수업중인 특수학교 학생들. 장삼순 충남교육청 주무관
 
"더 팔을 높이 올려봐. 그렇지! 그거야."

충남 아산성심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선생님의 응원 속에 학생들이 e스포츠 농구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방과후 참가하는 학생 3명과 선생님 3명의 수업 열기는 뜨겁다. 방학기간이지만 아산성심학교에는 100여 명 학생들이 나와 다양한 방과 후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의 정성어린 보살핌, 학교의 다양한 수업과 진로 직업교육에 힘입어 특수학교를 찾는 학생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46명이었던 아산성심학교의 학생 수는 올해 190명을 넘었다. 그러나 특수학교 수가 아직 부족하고 통학거리가 먼 경우도 많아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큰 경우가 있다.

전국적으로 일반학교에서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질적 특수교육과 전문적 직업교육을 위해 특수학교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학교 송선옥 교감은 "버스 7대를 운행하고 있지만 길게는 1시간 30분 걸려 등교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근거리 소규모 학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충남 여러 곳에서 특수학교 4곳이 조만간 문을 연다는 건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을 공동체 지원속에 특수학교 속속 건립

최근 충남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이 부쩍 늘고 있다. 가칭 당진나래학교의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서울에서처럼 학부모가 지역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는 불미스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실 특수학교 설립과정에서 주민동의를 얻는 것은 필수사항이 아니다.

주민동의 없이도 학교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도 결국 마을공동체의 일원이다. 마을과의 공생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각 교육청들이 특수학교 설립과정에서 필수사항도 아닌 주민동의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충남교육청 김성희 장학사는 "충남의 경우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강한 반대는 없다. 특수학교 설립에서 주민동의가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주민들과의 공생을 위해 지금도 계속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충남에는 공주정명, 천안인애, 서산성봉, 아산성심, 성광온누리, 보령정심, 나사렛새꿈 학교의 7개 학교가 있다. 논산 성광온누리학교의 경우 지난해 개교했다. 지난 2009년 아산성심학교가 문을 연 이후 9년 만이다. 충남의 특수학교 설립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2021년까지 충남에는 특수학교 3개교와 통합유치원 1교가 추가로 설립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원칙은 있다. 학교는 많이 짓되 규모는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20년 가칭 천안 꿈이룸학교(지적·정서장애)가 개교할 예정이다. 뒤이어 오는 2021년에는 가칭 당진나래학교(지적·정서·지체), 가칭 내포꿈두레학교(시각·청각·지체 등 종합), 가칭 아산 월천통합유치원(발달지체)이 설립을 앞두고 있다.

김성희 장학사는 "특수학교와 관련해 충남교육청의 철학은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특수학교의 경우 질 높은 교육도 중요하지만 통학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규모, 특색있는 학교로 지어지는 충남형특수학교 
 
 수업중인 특수학교 학생들
수업중인 특수학교 학생들장삼순 충남교육청 주무관
 
특수학교의 학급당 인원수는 법령으로 정해져 있다. 유치원은 한 학급에 4명, 초등 6명, 중학교 6명, 고등학교는 7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충남 특교학교 7개교에는 203학급 1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 여전히 집에서 수십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타 시군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당진 나래학교가 설립될 경우, 당장 당진에서 서산 성봉학교에 다니던 35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는 2021년 개교 예정인 당진나래학교의 경우 17학급 116명의 규모이다. 대부분의 특수학교가 그렇듯이 나래학교의 경우에도 초중고 전공과(직업학교)가 함께 있는 형태이다. 비록 17학급이긴 하지만 나래학교는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학교인 셈이다.

김성희 장학사는 "지금까지 특수학교는 시 지역에 주로 있었다. 유일하게 당진시에 특수학교가 없었다. 당진에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충남의 모든 시에 특수학교가 설립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학거리를 연구 분석한 결과 내포신도시지역에 특수학교가 설립될 경우, 충남의 거의 모든 장애학생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특수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게 된다"고 전했다.

새로 건립되는 소규모 특수학교들은 학교별로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천안에 개교예정인 꿈이룸학교는 직업중점 특수학교로 꾸며질 전망이다. 고등학교와 전공과 과정의 12학급으로 운영 된다. 또, 내포꿈두레학교의 경우 '장애영역 전문학교'이다. 시각, 청각 등 장애 특성에 맞춰 교육하는 맞춤형 학교로 설계되어 있다.

아산에 설립될 예정인 통합유치원도 눈여겨 볼만 하다. 통합유치원은 10개 반으로 운영된다. 통합유치원에서는 일반 아이들과 장애아들이 통합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성희 장학사는 "아이들은 통합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장애를 접하게 된다.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자연스럽게 친구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전문교육 기관은 언제나 필요

실제로 UN은 학교 교육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여전히 '이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자녀를 일반학교에 진학 시켰던 장애아 학부모들이 왕따 문제, 시설 문제 등으로 결국 자녀를 특수학교로 유턴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성희 장학사는 "일반학교의 시설 수준을 끌어 올려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특수교육이 지닌 궁극의 목표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최근 충남교육청이 특수학교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박성희 서산 성봉학교 교사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하지 않는 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특수학교 나름의 역할이 있다. 특수학교가 지닌 단점은 마을공동체와 주민, 비장애인들이 다니는 이웃학교들과의 교류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충남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충남교육> 150호에도 실립니다.
#특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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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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