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의 눈물

등록 2019.02.15 09:10수정 2019.02.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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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모나 형제가 그린벨트에서 수십 년간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곳은 그들에게 인생의 전부일 것이다. 먹고 자고 일하고, 울고 웃고 지내던 고향이었을 테니까. 아이가 자라고, 부부가 연을 맺고, 부모가 생을 마감한 자리도 그 땅이었을 게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던 마을. 늘 곁에서 일한만큼 보상하고, 또다시 힘을 내라고 격려하던 터전. 희로애락이 흠뻑 스몄기에, 더욱 정이 들고 평생 살다가 거기에 묻히리라, 추호도 의심하지 않던 장소. 그래서 그만큼 애잔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정부에서 그곳을 떠나라고 한다면? 그것도 신도시를 짓는다고! 게다가 시세와 비교해 헐 값에 강제수용한다면? 부모나 형제가 그곳에 뿌리를 내려 수십 년이나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떠나라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더구나 국가로부터 듣는 말이니 황망하다.

상상이지만 입장을 바꿔보니 그 속상함과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느닷없는 국가의 신도시정책으로 국민의 삶이 사지로 내몰려서다. 그곳은 그냥 땅이 아니다. 그곳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업에 종사한 집과 일터가 있는 생존 공간이다.

따라서 이런 신도시는 안 된다! 어찌 감히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횡포를 부린단 말인가? 주객이 전도되어도 유분수다. 한편 정부 변명은 이렇다. 주택이 부족하므로, 신도시를 통해 투기를 잡고 집값을 안정화시킨단다. 어불성설이다. 집이 부족한가? 답은 분명하다.

미분양 아파트는 부지기수다. 앞으로 더욱더 늘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긴 탓에, 주택공급이 넘쳐서다. 작년부터 내후년까지 공급물량은 역대 최대다.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다가구∙다세대∙오피스텔을 포함하면 그 수는 상상초월이다.

사정이 이런대 기존 물량을 처리할 대책은 없고, 또 주택을 짓는다니 어이없다. 더욱이 수십 년간 그린벨트로 지정해 관리하던 지역을 해제하는 명분은 궁색하다. 그린벨트는 난개발 방지와 자연환경보전을 위해 지정한다.


현재 도심은 미세먼지가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회자될 정도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조차 망설일 지경이다. 그런데 오염된 도시주변을 보호하기는커녕 그린벨트를 푼다니 말이 되는가? 게다가 원주민을 쫓아낸 땅에, 임대주택이 아닌 고가 분양주택을 짓는다면 정부의 정도는 더더욱 아니다.

더구나 신도시간 불평등을 조장하는 토건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과천은 7000가구 공급계획이다. 왕숙은 6만6000가구나 짓는다. 약10배나 많은 가구수다. 과천은 GTX, 도로가 신설된다. 반면 왕숙은 아무것도 없다. 균형발전 명분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예비타당성검토'조차 면제받는 토건사업비가 24조다.


신도시에선 균형발전이 어디로 갔는지 의구심이 크다. 진정 국가라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망가트려선 안 된다. 눈물을 닦아주진 못할망정 피눈물을 흘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함을 부디 잊지 마라.
#3기 #신도시 #눈물 #정부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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