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아래 한유총)이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용진 3법’에 반대하는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김시연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가 추진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등 4개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거부한다며, 25일 국회 집회를 공언했습니다.
회계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에듀파인을 도입한다는 데 반대합니다. 사립유치원에 맞춰 시스템을 간소화했다는데 한유총은 거부의 뜻을 비칩니다.
관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국민의 권리이니 보장해야 합니다. 다만, 생각해볼 지점도 있습니다.
한유총의 회원은 유치원이 아닌 원장이나 설립자 개인
한유총은 유치원이 회원이 아닙니다. 회원자격을 명시한 정관 제6조는 "현재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과 설립자 또는 공동설립자 중 대표 1인으로 한유총의 취지에 찬동하고 소정의 입회원서를 지부에 제출하여 인준을 받은 자로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원장이나 설립자 개인을 회원으로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가입했으니, 회비는 개인이 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유총 이사장의 A유치원은 2017년 감사에서 연합회비 납부가 적발되었습니다. 2015년 3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0번에 걸쳐 547만 원을 지출해 보전 처분을 받았습니다. 서울의 B유치원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연합회비, 단체 후원금 및 기부금, 설립자 차량 유지비 등 36차례 1천 308만 원을 쓴 게 적발되어 회수 처분을 받았습니다.
문제 지점은 사적 사용입니다. 사립학교법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따르면, 유치원회계는 학교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학부모부담금과 정부지원금 및 보조금은 아이들 교육에 쓰여야 합니다. 원장이나 설립자가 가입한 곳에 쓰면 안됩니다.
하지만 유치원회계에서 한유총 회비를 납부한 경우는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오죽하면 교육부 '사립유치원 재정업무 매뉴얼'에서 감사 지적 사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미리미리 안내해야 할 지경입니다.
집회는 누구 돈으로 하나요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월 30일, 한유총 실태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유총 회비에 대해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 중 연간 30억 1,436만 원~36억 4,895만 원이 유아교육에 직접 사용되지 않고 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의문입니다. 25일 국회 앞의 한유총 집회는 무슨 돈으로 하는 걸까요? 회원으로 가입한 원장이나 설립자가 사비를 털었다면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라 유치원회계에서 납부한 한유총 회비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학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유치원에 낸 돈이 결과적으로 한유총 집회에 쓰인 격이기 때문입니다.
난감한 점은 사적 사용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국공립유치원은 유치원회계를 함부로 하면 횡령죄가 성립됩니다. 사립유치원은 일부는 가능하고, 일부는 안됩니다. 법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은 횡령죄 처벌인데,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은 어렵습니다. 대체로 회수나 보전 처분까지 할 수 있습니다. 잘못 했지만 돈을 메꾸면 넘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법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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