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언론 취재 회신>에서 제시한 변시 누적합격률.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0월 25일 이에 근거에 "변시 합격률은 80%이상"이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시험의 합격률을 '첫시험응시부터 마지막시험응시까지'로 하여 산정하는 경우는 비상식적이라는 것이 로스쿨계의 주된 입장이다.
박은선
[팩트 체크] '한겨울에 반바지 입는 사람이 너 말고 또 있니?' 하고 물었는데 '난 반바지를 입고 있어' 한다면 질문은 참 무색해진다. "전문자격시험 합격률 산정을 누적 합격률로 산정하는 경우가 또 있는가" 하고 물었으나 법무부로부터 '누적 합격률은 83.10%'란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격시험의 합격률을 관련 기관이 누적을 고려해 공표하는 경우는 없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제시한 표를 해석해보자. 해마다 로스쿨에 2천명이 입학한다. 그런데 로스쿨 7기생들이 졸업하는 해인 2018년을 기준으로, 1기생들은 2천명 중 1,835명이 학위취득(정상졸업)을 했고 그 중 1,672명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했으니 1기의 학위취득자 대비 변호사자격 취득자는 91.12%란다 . 그리고 이런 식으로 2018년을 기준으로 각 기수별 졸업생 대비 변호사자격 취득자의 누적비율을 평균하면 83.10%가 된다.
즉, 법무부가 제시하는 '합격률은 83.10%'의 핵심은 '누적과 평균'이다. 특히 어떤 기수가 변호사시험 응시를 시작해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더이상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는 때까지의 모든 기간을 고려해 합격률을 산출해낸 '누적적 산정'이 그 핵심. 이러한 합격률 산정 방식을 로스쿨 학생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10월 25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누적)합격률은 80% 이상'이란 발언과 관련해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는, "누적합격률을 내세우다니, 아니 로스쿨 학제가 3년제가 아닌 7년제라는 건가? 그럼 왜 우린 나머지 4년을 로스쿨이 아닌 학원에서 공부하지?", "첫 시험응시부터 마지막 시험응시까지를 기준으로 합격률을 산정한다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망률은 100%란 말이냐. 법무부의 꼼수가 놀랍다"와 같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 박 장관의 '변시 합격률은 80% 이상'이란 말이 팩트라고 하자. 과거 박 장관은 '합격률이 80%가 되면 로스쿨 정상적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 바 있는데, 그럼 합격률 80% 이상인 지금 로스쿨의 비정상 교육에 대한 비판들이 왜 나오는 것인가?
[법무부 답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교육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 취지 및 교육이념에 부합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법학전문대학원을 관리하고, 법무부는 교육과 연계하여 변호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정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수준 높은 교육으로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법조인 양성이 요구된다(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이에 법무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발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협력해 나감과 아울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 '교육과 연계된 시험 운영', '양질의 법조인 배출'을 위한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 활동을 지속하도록 하겠다."
[팩트 체크] '반바지를 입은 이유가 무엇이니?' 하고 물었는데 '앞으로는 옷을 잘 입겠다'며, 묻는 말에 답하기는커녕 갑자기 의지를 다질 때도 질문은 무색해진다.
박 장관은, 2005년 로스쿨 설립 초기에 <로이슈>에서 "합격률 80%가 되면, 학생들은 합격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 바 있다. 즉, "80% 정도의 합격을 보장할 경우 (...)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수험교육이 아니라 (...) 보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법률가 양성이 가능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기자는, 박 장관의 '합격률 80%가 되면 로스쿨의 정상적 교육이 가능하다'는 말을 뒤집어 '현재 로스쿨의 비정상 교육은 현재 합격률이 80%라는 말이 거짓말임의 반증'은 아닌지 확인해본 것.
'변호사이자 교사'(
관련기사: "왜 변호사가 기간제 교사하냐고 많이들 물어본다")인 박종훈 변호사는 "위 질문의 정확한 답은 '엄격한 정원제 상대평가 시험 앞에서 교육은 반드시 흔들린다. 갈수록 소수에게만 변호사자격을 주게 되면서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되어버렸다'는 것, 즉 법무부의 '현실인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법무부가 변호사자격의 '기준'이 아닌 '수치'에 초점을 맞추며 원론적인 얘기만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남대 로스쿨 재학생인 양필구씨는, "지난 '2.18.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 당시 한 유명 민사법 강사는 익명으로 후원금을 냈고 박모 강사는 강의 도중 학생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해당 집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솔직히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 변시 학원 강사에게 이득이다. 그럼에도 학원강사들까지 학생들의 집회를 이해하고 지지할 정도로 로스쿨 교육은 비정상이고 근본문제가 '변시 합격률 하락' 에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딴소리로 회피하는 모습이 가상하기까지 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 로스쿨 특별전형 입학자의 제7회 변호사시험에서의 합격률은 몇 퍼센트인가? 또 그 합격률이 적정하다고 평가하는가?
[법무부 답변] "특별전형 입학자의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당사자 개인의 동의 없이는 수집이 곤란하므로, 법무부에서는 해당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지 않아 특별전형 입학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알 수 없다."
[팩트 체크] '요즘 긴바지 입는 이들은 얼마나 되니?'라는 물음에 '관련 자료가 없다'고 하면 그건 또 적절한 답일까? 로스쿨 입학전형 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이 있다. 그런데 점차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이들 사회적 약자들이 '로스쿨에 입학은 하나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위 질문은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던 것.
실제로 2015년 4월 법무부는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의 법조인 다수 배출, 총 75명'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적 여건 등이 열악한 계층에서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입학생 75명이 제4회 변시에 합격하였음(제1회부터 제4회까지 총 315명), 제1회 82명, 제2회 75명, 제3회 83명 합격'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제5회 이후 법무부는 특별전형 입학생의 변시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별전형으로 서강대 로스쿨에 입학했던 최모씨는, "제5회 변시부터 법무부가 특별전형 입학자들의 변시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최근 급격히 낮아진 합격률하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로스쿨에 입학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서 이를 은폐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정형편상 휴학을 하여 늦게 졸업했는데 최근 변시 합격률이 너무 낮아져 장애를 가진 나는 합격이 쉽지 않다. 조만간 국회의원을 통해 특별전형 입학자의 합격률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예정인데, 만일 해당 정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법무부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근 법무부는 선택과목 시험을 폐지하고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걸로 아는데, 이것이 현 '로스쿨 특성화 교육 붕괴'의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보는가?
[법무부 답변] "지난해 11월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개선 위원회 운영 결과, 로스쿨 여론 수렴 결과 및 변시 관리위원회 심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변시 개선방안을 발표하였고, 그 중 전문적 법률분야에 관한 과목 시험 개선에 대해 계속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다.
최근 로스쿨 측은 학생들이 학교의 수업을 등한시하고 수험 준비에 유리한 과목에 편중되는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특성화 분야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대신 선택과목 시험의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특성화 교육의 정상화를 담보할 수 있는 '충실한 학점이수제 실시를 전제'로 선택과목 시험 방식 개선방안을 제시하였으나, 변시 관리위원회의 논의 결과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채 계속 검토하기로 하였다."
[팩트 체크] 지난해 11월 국회에서는 금태섭 의원 주최로 전문법률과목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변시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가 있었다. 이것이 도입되면 변시에서 전문법률과목 시험이 없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원광대 로스쿨 졸업생인 이모씨는 "솔직히 한 과목이라도 변시에서 빠진다면 조금이나마 부담이 주니 대환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연세대 로스쿨 졸업생은 , "우리학교는 의과대학 소속 교수님이 담당하시는 세브란스 병원과 연계된 '의료현장조사' 등 의료법 특성화 수업들이 잘 마련돼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진짜 로스쿨다운 공부를 할 수 있는 수업을 듣지 않는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0%대라서 지금 내가 변호사가 될지 말지가 문제인 학생들에게 특성화 교육은 사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