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원 학생들이 점심식사후 자신들의 식기를 설거지하고 있다.
김경년
식사준비·설거지 모두 스스로... 밭 일구고 돼지도 쳐요
주입식 입시교육에 찌든 한국에 비해 학생 스스로의 생활 능력을 키워주는 특별한 학교가 일본에 있다고 해서 지난달 말 찾아가 봤다.
도쿄 도심 이케부쿠로역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15분 거리 한적한 전원도시인 히가시쿠루메시에 위치한 '자유학원(지유카쿠엔.自由学園)'.
3만 평에 이르는 너른 부지 위에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이 학교가 강조하는 것은 '자치'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의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다.
앞서의 자유분방한 점심시간이 끝나면 학생들은 식사 준비도 스스로 했듯이 자신들이 먹은 식반과 식기도 스스로 설거지 한다.
식사부터 청소까지 모든 일을 학생 스스로 한다. 이 학교 남자부(중·고) 학생의 경우 중학교 1년간은 의무적으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기숙사에서도 직원 없이 모든 것을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한다.
식당 밖으로 나가자 머리에 단정한 스카프를 두른 여학생들이 직접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교내 곳곳을 청소하는 모습이 보였다.
'스스로 만드는 학교'가 장래에 '스스로 만드는 사회'로 이어진다는 신념으로 가득찬 이 학교 학생들은 그래서 교내에서 밭도 스스로 일구고, 직접 닭이나 돼지를 치기도 한다. 이곳에서 수확한 곡물이나 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다.
이 학교 남자부 사라시나 고이치 교장은 "우리 학교는 청소나 식사를 도와주는 교직원이 없다"며 "만약 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그때부터 자기가 만드는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고, 나아가 청소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간 서열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학생 스스로 책임지는 생활을 중시하는 이 학교의 풍토는 등산, 체조 등 단체활동에서도 드러난다. 이 학교는 매년 2박3일간 중학교, 고등학교 남학생 전원이 2000m이상 높이의 산을 오르는 등산대회가 열리는데, 교사 등 어른이 아닌 학생들이 리더, 부리더, 반장 등을 맡아 자신의 그룹을 이끌어 간다. 모두 책임감을 갖고 주의하기 때문에 어른이 리더를 할 때보다도 오히려 사고가 적게 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