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9 [미 국무부 제공]
연합뉴스
-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현지 시간으로 18일 인터뷰에서 "선 비핵화 후 보상원칙"을 강조했어요. 그러나 북한이 안 받을 걸 알 텐데 이걸 고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선 비핵화 후 보상원칙은 쉽게 리비아식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볼턴과 같은 강경파들이 고안해낸 해법입니다. 리비아는 비핵화 이후 카다피 처단과 국가 붕괴가 이루어져서 IS라는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이 중동과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리비아를 넘어서 지구촌 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IS의 통치를 카다피 독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나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중러는 공개적으로 리비아모델을 반대해 왔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북미 협상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기보다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북미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좀더 타당한 해석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스스로를 핵 협상이라는 축구경기의 플레이어로 보기도 하지만, 심판이기도 하다고 보는 것 같아요 자신의 골대를 뒤로 옮기고 있죠. 이것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비대칭적인 협상이고, 트럼프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입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도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북미 협상의 타결보다는 다음 선거에 대비해서 각종 지방 라디오 방송 출연을 주로 하는 상황입니다."
- 북미가 강대강으로 나가고 있어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없나요?
"강대강으로 나아가고, 교착국면이 지속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2017년의 핵실험과 연합군사훈련, 제재의 악순환이 2018년 핵실험동결과 연합군사훈련 동결, 그리고 육해공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었습니다. 현재 강대강은 협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화국면이고, 2017년과 같은 핵실험과 제재의 악순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 단계적 타결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
"협상 이론을 보면, 초기에 행위자들은 자신의 최대 요구를 제시하다가, 반복되는 협상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따라서 행위자들이 협상장 안에서 강대강 기조로 싸우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협상장 밖으로 나가서, 핵실험을 재개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는 것입니다. 그럼 적대 의식이 더욱 고조됩니다. 이것이 지난 70년간 한반도 냉전세력의 적대적 공존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주고받기식 거래를 통하여 상호 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나 미국 측이 강하게 일괄타결방식을 원하고 있습니다. 아마 협상 이론을 적용해보면, 절충안은 북미의 최고 요구치의 중간 점에서 힘에 비례하여 미국 안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실현 가능성과 협상 능력을 고려해서, 결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포괄적 원칙으로의 합의와 실제 이행과정은 현실적으로 몇 개의 단계적 로드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 최선희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조만간 성명 발표할 것이라고 했잖아요. 언제 즈음 어떤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나요?
"제가 점쟁이도 아니고 학자들이 그런 것을 예상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정책 결정과 위기 대응에 참여하는 관료들이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다양한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악과 최선은 뭔가요?
"저는 김정은 위원장을 상당한 전략가라고 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넘어서는 미국과의 평화적 협상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달성해 냈습니다.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에서 김정은 시대는 사회주의 경제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핵이 있는 고난의 행군을 다시는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리비아식 모델을 받아들이면, 인민들에게 굴복으로 느껴질 테니 주권국가로서 선택 가능한 상황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성명으로 발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문재인 정부와 중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 같은데,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년 싱가포르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로서 중국을 거론하며 배후론 발언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진핑 주석도 비핵화 협상에서 조용한 외교로 돌아가서, 김정은 위원장과 전략적 의사소통 형태의 조언과 협력을 하는 역할로 스스로의 입장을 제약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론과 외교부 대변인 발언을 통하여 중국은 즉시 대화를 재개하고,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 역할 혹은 미국의 리비아모델을 설득해주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북미 양측이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이 상반됩니다. 정치는 창조하는 예술입니다. 없는 수를 만들어서 양측 정상을 다시 악수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 판문점에서의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이나 대북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교착국면 타결을 위하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형식보다 중요한 것이 내용인데, 남북미 상호가 어떤 선물을 준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다시 협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작은 선물을 교환하면서, 정상회담으로 가는 명분 쌓기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로서는 북측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미국에 제시하고, 이와 동시에 스냅백 조항 같은 것으로 북측에 수용하도록 하는 중간단계를 몇 개 설정하는 것도 전술적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북미 각각은 상호 직접 제안할 수가 없지만, 당사자이면서 중재자인 우리가 이런 제안을 하면서, 포괄적 원칙과 단계별 이행의 절충점을 만들어가는 것도 창조적 해법으로 보입니다."
-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는데.
"최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성사되지 않자, 협상이 결렬된 것처럼 남 탓을 하는 프레임 싸움이 재연된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 대화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냈지만, 평가가 인색한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는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리더십 교체를 통하여 대화를 촉진하려는 새판짜기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연철 교수의 학자 시절 날카로운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학자와 정치인은 다르고, 청문 과정에서 잘 해명을 해야죠. 저도 발언을 보았는데, 거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는 사과 혹은 유감을 표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되는 흠결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학술과 실무를 겸비한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 개성공단 초기 조성단계에는 대미협상에 참여한 경력이 있습니다. 또한 평화와 비핵화 협상의 본질을 잘 꿰뚫고 있다고 봅니다. 그의 저서를 보면, 비핵화 평화 대화에서 현재와 같은 교착국면을 예측하며 해법을 잘 연구했다고 봅니다. 국회의 청문 과정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해야 하고, 더불어 한반도 평화 해법과 북미 교착국면을 타결하는 방안에 대한 해법을 잘 준비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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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북미 협상 타결보다는 다음 선거에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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