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주총 개최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발언에 주주들이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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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의원이 발언을 이어가자 주총 여기저기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채 의원을 향해 "국회에서 말해"라고 소리를 치는 주주도 있었다.
채 의원에 이어 김남근 변호사도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총수 일가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대한항공 납품업체로부터 196억 원의 통행료를 챙긴 혐의 등을 꼬집었다.
우 의장이 "의안과 상관 없는 내용"이라며 발언을 제지하려하자 김 변호사는 "조현아 전 이사를 비롯해 조양호 일가들이 회사 조직 이용해 밀수하고, 회사가 그 관세를 납부하게 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 이사회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이사회 책임이 있다 생각하고 답변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국회로 가라고, 국회로" 등의 고성이 나왔다. 우 의장이 재무제표 승인 건을 별도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승인하려 하자, 김 변호사 등은 "답변을 해달라, 표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우 의장은 "사전 위임장을 확보한 결과, 수 만주 주식으로는 찬반 통과에 영향이 없는 걸로 판단, 1호 의안은 통과한 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우 의장이 주총 2호 의안인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의안을 상정할 때 시민단체 쪽에서 발언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다른 주주분께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자신을 '관악산 산신령'이라고 소개한 한 주주는 "정관 변경을 무슨 이유로 주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정확히 제안하고 설명해야 한다"며 "이런 날치기식 1990년대 건설사 주총처럼 하지 마라, 제안을 충분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우 의장은 "사전 배포해드린 것을 봐서 아시겠지만 정관 변경은 누구 이익이고 누구 손해가 없다"며 "경영층이나 지배주주의 영향이 있다는 것은 전혀 아님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2호 안건을 승인하고 3호 안건을 넘어가는 와중에도 주총장 내에서는 주주들간 고성이 오갔다.
조 회장 안건, 표결 거치지 않고 부결
세 번째 안건인 조양호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우 의장은 별도 표결을 거치지 않고 '부결'을 선언했다. 그는 "(오늘 주주총회는) 총 의결 총수의 73.8% 참석했고, 그중 찬성 64.1%, 반대 35.9%로 반대했다"며 "이로써 정관상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 찬성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결한다"고 선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20년 만에 경영권을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을 비롯해, 소액 주주들이 조 회장 연임에 뜻을 모았던 것이 결실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다.
조 회장 일가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회사 안팎에서 의결권을 모으는 등 경영권을 지키려 힘썼으나,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재벌 총수가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책임 안지는 관행이 있었다"며 "막대한 손해 책임지지 않는 총수에 대해 주주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