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도 하루 한 번 꼭 산책을 시키고 있다.
전윤정
"강아지 만져봐도 돼요?"
"네. 그런데 옷에 털이 많이 묻을 텐데요."
"괜찮아요~"
망고를 만지고 난 사람들은 자기 옷에 붙은 망고 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웰시코기는 털이 많이 빠지는 개로 유명하다. 털이 짧은 단모에 겉 털과 속 털로 이루어진 이중모라 365일 끊임없이 털이 빠진다. 봄가을 털갈이 기간에는 더 많이 빠진다. 빗어도 빗어도 계속 빠지는 망고 털을 빗고 있자면, 머리에 린스를 하고 언제까지 물로 헹궈내야 하지? 하는 느낌이랄까.
웰시 코기를 빗겨서 나온 털을 보고 강아지 한 마리가 더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거나, 일주일간 털을 모아서 쿠션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털 때문에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경우도 많다. 웰시 코기는 나이가 들수록 털이 더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망고 털 때문에 우리 집에는 유선, 무선, 로봇 청소기까지 청소기3대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내 손엔 온종일 롤러 테이프가 들려 있다. 그래도 항상 망고 털이 여기저기 있고, 우리 옷에도 신발에도 항상 붙어 있다. 남편이 말했다.
"아프리카 어린이 얼굴에 파리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사진 있잖아. 왜 그냥 있는지 알았어. 쫓아봤자 또 날아와 앉을 테니까. 우리도 망고 털을 그냥 포기하자."
유일한 장점은 털이 자주 빠지기 때문에 개 냄새가 덜 난다는 것뿐이다. 웰시 코기 망고에게 개 냄새가 덜 나는 장점은 내겐 아주 큰 의미다. 나는 평소 개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개를 기르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정말 싫었다.
수의사인 서방님(남편의 남동생)이 반려견을 키워서 아이들에게 좋은 점을 아무리 말해도, 아이들이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고 아무리 졸라도 나는 늘 주저했다. 그러다 서방님이 들려준 '아이들이 공부할 때 꼼짝도 안 하고 옆을 지키다가, 졸면 깨우면서 세 자매를 명문대에 보낸 강아지 이야기'에 꼴딱 넘어갔다. 서방님은 웰시 코기는 개 냄새가 적다고 추천해주었다.
망고가 우리 집에 오면서 내 생각도 변했다. 예전에 마트에 가면 '사람 먹을 것 파는 곳에 웬 개사료?'라고 했던 내가 '반려견 간식 종류가 왜 이렇게 적어?'라고 불평을 한다. SNS에 반려견 사진을 올리는 사람을 보면 자기 눈에나 예쁘지 싶었는데, 나의 SNS에는 이제 망고 사진뿐이다.
웰시코기 특유의 붙임성과 애교가 많은 망고는 우리 가족 모두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이 크면서 생기는 부모와의 거리감을 망고가 좁혀주었다. 결국 공부 얘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고등학생 딸들과 대화를 망고 얘기로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망고를 돌보면서 조건 없이 주는 사랑에 대해 알아간다.
집에 오면 언제나 제일 앞서 나가 반갑게 맞아주는 망고 때문에 남편은 중년의 허전함을 살짝 메우고, 친정어머니는 망고를 쓰다듬으시며 노년의 부족한 스킨십을 채우고 있다. 망고가 아니었다면 중년 부부가 된 남편과 내가 나란히 손잡고 산책하는 일이 자주 있었을까? 우리 가족들의 공통 화제는 언제나 망고이며, 망고의 사소한 행동 하나 때문에 함께 웃는다.
망고의 맑은 눈을 들여다 보면 한없이 평화로워진다. 무심히 쓰러져 자는 망고의 모습 또한 얼마나 평온한지. 사람 아닌 다른 생명과의 유대감에서 오는 새로운 사랑과 평안은 우리 가족의 삶에 또 다른 행복을 주었다. 망고야 고마워, 웰시 코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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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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