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문학관에 방문하면 누구나 추리 소설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김종수
명탐정 홈즈, 괴도 뤼팽의 추억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실 <김성종추리문학관>을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는 이곳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문학 박물관이라는 콘셉트도 신기했고 김성종이라는 작가분에 대해서도 생소하기만 했다. 어쩌면 이러한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기에 좀 더 집중해서 박물관을 살펴볼 수 있었고 배경 지식 등도 공부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추리 혹은 계산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일까. 나는 어린 시절 추리소설을 썩 좋아하던 편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갈 수 있던 무협, 판타지소설이 훨씬 좋았다. 무협소설도 화정냉월(花情冷月), '경혼기(驚魂記)', '광혼록(狂魂錄), 호접몽(胡蝶夢) 등을 쓴 풍종호님의 추리 색깔 가득한 작품은 잘 읽지 못했을 정도다.
그래도 아주 유명한 이른바 몇몇 거장의 작품은 나도 어느 정도 접했다. 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의 아서 코난 도일(1859~1930),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을 만들어낸 모리스 르블랑(1864~1941) 그리고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1891~1976)까지, 뭐랄까. 당시 책 좀 읽던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의 작품은 장르를 떠나 꼭 읽어야 될 필독서같은 느낌을 주고는 했다.
체크무늬 빵모자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미제사건들을 척척 해결해내는 홈즈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같았다. 현대처럼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그야말로 지능수사의 시대였다. 추리력이 좋은 사람들의 남다른 머리가 필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로 통로가 막혀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외국에서는 탐정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고 들었다.
뭐랄까, 추리소설을 어려워하던 나에게도 바스커빌 가의 개, 공포의 계곡 등 홈즈시리즈는 읽기가 편하고 쉬웠다. 한번에 주루룩 이해가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을 몇 번씩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마무리 장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는 뤼팽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복잡한 추리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던지라 몰입하기가 좋았다.
언젠가 르블랑이 썼던 홈즈대 뤼팽의 대결을 다룬 작품을 읽을 때는 마치 요즘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접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최고의 탐정과 괴도의 충돌이라는 점만으로도 한 장 한장 긴장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난다.
반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진도를 빼기가 무척 어려웠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다주신 '포켓속의 호밀' 한 권을 완전히 읽기까지 무려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당시 어린 나에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 반복적으로 읽고 또 읽고 생각해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