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김해 대암산의 진달래꽃 군락.
윤성효
누가 그랬다. "꽃을 좋아하면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고.
예쁜 꽃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카톡)'으로 보내드렸더니 창원의 한 시민단체 인사가 "윤 기자도 이제 나이 들었는가 보다"라며 한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전에는 잘 하지 않았는데 요즘 새삼하는 게 '꽃 사진 찍기'인 것 같다. 자랑삼아 꽃 사진을 찍어 보내드리면서 함께 나눈다.
되도록 주말마다 산행을 한다. 지난 주말에는 창원 천주산에 올라 막 피기 시작한 진달래꽃에 흠뻑 젖고 왔다. 사람이 많이 오는 게 싫어, 천주산 진달래축제를 하기 한 주 앞두고 일찍 가 보았던 것이다.
7일 아침 창원 대암산(大岩山, 해발 669m)에 올랐다. 창원 대방동과 김해 진례면 사이에 있는 산이다. 대암산은 정병산·비음산과 '낙남정간'의 기점인 용지봉의 사이에 있다.
한참 오르다 산 중턱에 있는 바위에 앉았다. 그런데 넓은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으니, 눈에 들어오는 '이물질'이 많았다. 담배꽁초였다.
누군가 산에 오르면서 이 바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버린 것이다. 담배꽁초 숫자는 제법 많았다. 족히 10개는 넘어 보였다. 하루 전날 다녀간 누군가의 흔적으로 보였다.
전국 곳곳에서 봄철 산불로 피해가 심한데, 어떻게 산에서 담배를 피울 생각을 했을까. 산 입구에서 감시원이 없다 보니, 라이터를 갖고 산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니 아침 산행의 상쾌한 기분이 달아나버렸다. 씁쓸한 기분으로 바위가 많은 정상에 오르니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김해 쪽을 바라보니 창원 쪽에서 산을 오르면서 보지 못했던 장관이 펼쳐져 있다. 진달래 군락이다.
산 정상부터 능선을 타고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몇 해 전 난 산불로 죽은 소나무 둥치들이 중간에 보였지만, 진달래꽃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등산객이 말했다. "진짜 여기서 진달래 축제해도 되겠다"고.
대암산 진달래꽃 사진을 찍어 몇몇 사람한테 보내주었더니 '감탄'을 한다. 그러면서 누군가 말했다. "산불 나지 않고 진달래꽃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