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지 않아> 전시 오프닝 현장미카일 카리키스 <두렵지 않아> Ain't Got No Fear by Mikhail Karikis 작품을 진지하게 관람 중인 관객들.
강건
나는 이번 전시에서 코디네이터라는 역할을 맡게 되어 모든 연계프로그램을 참여하는 행운(?)을 누렸다. 하나의 전시를 이렇게 열렬하게 관람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 달 29일, 서영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오프닝 강연을 시작으로, 평소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영국 사회의 짙은 그림자 속을 들여다본다. 민영화와 양극화. 머지않아 도래할 우리 사회의 모습일까.
전시 기간은 다소 짧지만 풍성한 연계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50여 년간 '사회적 사실주의' 영화를 제작해 온 켄 로치 감독의 <케스>(1969), <엔젤스 쉐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2012), <달콤한 열여섯>(2002), <하층민들>(1990), <네비게이터>(2001) 다섯 편을 상영했다.
그 중 <케스>는 미카일 카리키스가 큰 감명을 받은 영화다. <두렵지 않아> 작품 제작의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케스>, <엔젤스 쉐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달콤한 열여섯>의 주인공들은 모두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부모와 학교 선생님의 욕설과 구타, 폭력배의 협박 등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케스>의 주인공 15세 소년 빌리 캐스퍼는 매(이름이 '케스'다) 훈육에 재능을 발견하며 암담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아간다. <달콤한 열여섯>의 주인공 또한 15세 소년. 리엄은 어머니가 출소한 뒤 함께 새 출발하기를 꿈꾸며 위험을 무릅쓰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폭력적인 환경들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하층민들>과 <네비게이터>는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민영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영이 끝나면 긴 한숨과 안타까운 탄식들로 공간이 메워지곤 했다. 머릿속에 <두렵지 않아>의 비트가 맴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린 뭘 할까? 여기 남게 될까? 떠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