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우리는 미세먼지와 전쟁 중, 나는 야전사령관"

'배달 이륜차'와 '경찰버스 공회전' 문제 망라한 '그물망 대책' 발표

등록 2019.04.15 13:07수정 2019.04.15 13:07
0
원고료로 응원
a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4대문 이내 도심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마을버스·어린이 통학버스 등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그물망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3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7일 연속 시행될 정도로 시민에게 고통을 안긴 만큼 지방정부 최초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박 시장은 15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 발표에서 자신을 '미세먼지와 싸울 야전사령관'으로 자임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은 체감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대책을 뛰어넘는, 중대한 미세먼지 조치를 준비하고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해서는 서울 4대문 안 16.7㎢에 이르는 녹색교통지역에서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시범 서비스가 시행되는 7월 1일부터는 5등급 차량이 녹색교통지역에 진입하면 모바일로 운행제한 메시지가 안내되고, 12월 1일부터는 2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야간은 제외).

녹색교통지역은 녹색 교통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에 의거해 지정·관리하는 특별대책지역으로, 서울 종로구의 청운효자동·사직동·삼청동 등 8개동과 중구의 소공동·회현동·명동 등 7개동이 포함된다. 서울 광화문과 남대문, 명동 등 유동인구가 주로 몰리는 도심 지역이 대거 포함되기 때문에 5등급 차량의 도심 진입이 사실상 봉쇄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전국에 245만대의 5등급 차량이 있고, 녹색교통지역 내의 교통량은 하루 2~3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녹색교통지역 내 거주자의 5등급 차량은 3727대로, 시는 이들에 대해 조기폐차 보조금 한도액을 2배 가까이 상향(165만원→300만원) 지원하고, 매연저감장치 부착 신청 시 최우선적으로 조치하기로 했다. 녹색교통지역 거주자가 5등급 차량을 폐차하는 경우 나눔카 이용요금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서울시는 프랜차이즈·배달업체와 협의해 아파트 단지, 골목길 등 구석까지 영향을 미치는 배달용 엔진이륜차 10만여 대를 2025년까지 전기이륜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우선 프랜차이즈 업체 맥도날드·피자헛과 배달업체인 배민 라이더스·부릉·바르고 등의 배달용 엔진 이륜차 1000대를 금년 내에 전기이륜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엔진이륜차가 소형 승용차보다 6배 이상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설명인데, 황보연 기후환경본부장은 "프랜차이즈·배달업체들이 환경 이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경유 마을버스 1581대 중 444대를 전기버스로 교체하고, 9~15인승 경유 어린이 통학차량을 폐차한 뒤 LPG·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상향 지원하기로 했다. 어린이들이 성인에 비해 미세먼지에 취약한 반면, 경유 통학차량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중형 승용차의 11배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경찰버스의 고질적인 '공회전'에 대해서도 해법을 찾아나가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소속의 경유버스는 모두 300대. 경찰버스들은 집회·시위에 대비해 도심에 주차하는 동안 냉․난방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공회전으로 미세먼지를 내뿜었지만 그동안 단속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버스 엔진을 끈 상태에서도 냉․난방 가동이 가능한 전원공급장치가 서울 광화문 등 37개소에 설치되어 있지만, 전체 대수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서울시는 상반기 중에 녹색교통지역 내에 전원공급장치 30개를 우선적으로 추가 설치하고, 올해 안으로 비상대기장소 150개소에 설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또한 경유경찰버스를 전기․수소버스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예산안을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소규모 대기배출시설이 밀집한 성수 지역, 다양한 중소기업이 밀집한 가산․구로 디지털단지, 지하철·철도역과 재래시장 등이 많은 영등포역 주변 등 3곳은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시범 선정해 대기질 개선 사업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중장기 대책으로 '시즌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겨울과 봄을 '고농도 미세먼지 시즌'으로 설정해 배출가스 5등급, 4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차량 2부제를 강제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박 시장이 지난 8일 출범시킨 '미세먼지재난대책본부'와 싱크탱크 '연구·정책 자문단'의 성과물로 풀이되는데, 박 시장의 정책이 항상 여론의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시민 아이디어를 수용해 2018년 3차례 시행 만에 접었던 '미세먼지 저감조치 발령시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지난 3월 '미세먼지 대란'이 터지자 박 시장은 "작년에는 세금 낭비라고 비판 받았지만, 지금와서 보면 서울시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선제적으로 보여준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15일 발표회에서도 "서울시는 그 동안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생각으로 과감한 정책들을 시행해왔다"며 "시민들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원순 #미세먼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