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변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9일 최순실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온 변씨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다.
최윤석
대법원이 2013~2014년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를 "종북"이라고 비난했다가 소송을 당한 변희재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3일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변씨가 이 지사에게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는 2013년 1월~2014년 2월 총 13차례에 걸쳐 자신을 "종북"이라고 비난한 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변씨가 사용한 표현은 아래와 같다.
▲ 종북혐의 ▲ 종북에 기생하여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들 ▲ 종북의 존재를 뻔히 알면서 이를 오히려 국민들에 은폐하고 이들의 힘을 빌어 당선된 뒤 국민의 혈세로 보은을 하고 있는 ▲ 간첩들을 비호하고 이들의 실체를 국민에 속이고, 이들과 함께 정권을 잡으려는 ▲ 종북세력에 기생하는 종북거머리떼들 ▲ 종북세력을 은폐하며 손 잡은 건 종북보다 더 나쁜 종북 ▲ 종북성향 ▲ 종북세력 ▲ 종북척결 국민대회
이 지사는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민사부, 조양희 부장판사)은 "종북이라는 용어는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라며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반사회세력으로 몰릴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심(서울고등법원 제31민사부, 오석준 부장판사)도 역시 이 같이 판단했다.
대법원 "수사학적 과장으로 볼 여지 있어"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변희재)의 이 사건 표현행위에 종북이란 말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는 공인인 원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표명이나 의혹제기에 불과하여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당시 여러 언론에서 제기된 원고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수사학적 과장을 위해 (종북이란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며 "종북이라는 표현 등에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이 지사에겐) 충분히 주어졌으므로, 원고(이재명)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될 필요성이 있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2009년 경 언론매체인 <주간 미디어워치>를 창간한 후 대표로 활동하면서 각종 정치적 사안이나 정책 등에 관하여 다른 언론매체나 방송에 출연 또는 기고 등을 통해 다양한 언론활동을 해왔다"라며 "성남시장으로 활동하던 정치인인 원고에 대해 여러 언론으로부터 각종 논란이나 의혹이 제기됐고, (변씨가) 이 사건 표현행위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변씨의 일부 표현이 모욕 등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책임을 부정하더라도, 그 밖에 '거머리떼들' 등의 모욕이나 인신공격적 표현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라며 "모욕 등을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다시 심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변씨가 '이 지사가 안현수 쇼트트랙 선수를 쫓아냈다'는 식으로 표현한 점도 이 소송의 쟁점이었다. 변씨는 ▲ 안현수를 러시아로 쫓아낸 이재명 성남시장 등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합니다 ▲ 서울시 박원순, 성남의 이재명, 영원한 매국노들로 역사에 기록해야 합니다 등을 트위터에 썼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선 1,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1, 2심은 "피고가 원고를 매국노라고 표현한 행위는 표현 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 2심이 '종북 발언'과 '안현수 발언'을 묶어 합계 400만 원 위자료를 책정한 것과 관련해 "통틀어 피고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산정함으로써 이 사건 표현 행위로 인한 위자료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 패소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희도 패소, 문성근은 승소
대법원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그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제기한 소송에도 비슷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변씨가 이 전 대표 등을 종북, 주사파 등으로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역시 1,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었다(관련기사 :
변희재 손 들어준 대법원 "'종북' 표현은 의견표명").
그런데 배우 문성근씨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문씨와 그가 결성한 시민단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을 "종북좌파"라고 비난한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등 5명의 행위를 "명예훼손 또는 모욕적 표현에 의한 인격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관련기사 :
'종북좌파' 문성근은 명예훼손, 이정희는 아니다?).
이 지사 및 이 전 대표와 문씨의 판결은 "종북"이라고 비난당한 인물이 '공인'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따라 갈렸다. 대법원은 이 지사에 대해 "공인인 원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표명이나 의혹제기에 불과하여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이 전 대표에 대해 "원고들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변씨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변씨는 이러한 민사소송과 별개로 'JTBC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하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관련기사 :
'김경수는 안 차고 왜 나만?' 수갑때문에 재판 빠진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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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이어 이재명도... 또 변희재 손 들어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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