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드니 광장.굉장히 아담한 곳이어서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 든다.
노시경
시민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나로드니 광장(Narodni trg) 주변은 14세기부터의 베네치아, 바로크, 르네상스 양식이 그대로 보존된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통일되지 않은 듯한 건물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곳은 중세 스플리트에서 공동생활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낮이나 밤이나 가장 활기가 넘치는 보행광장이다.
나로드니 광장은 굉장히 아담한 곳이어서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 든다. '나로드니'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이 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이다. 아침에 이곳을 지나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여행자들의 천국이 되어 있었다.
이 광장의 북쪽에는 1443년에 베네치아에 의해서 만들어진 구시청사, 올드타운홀이 그대로 남아있다. 당시 베네치아는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그리스 일부까지 영토를 확장할 정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그 힘있는 전성기의 모습이 고딕 양식의 올드타운 건물 곳곳에 스며 있다. 이 구시청사를 보고 있으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본 산마르코 광장의 건축물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이 구시청사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개의 고딕 양식 아치로 장식된 1층이다. 원래 이 구시청사 건물은 1층의 한쪽 면이 트여 있었고, 지붕 있는 회랑인 로지아(loggia)가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 있다.
원래 구시청사는 스플리트 통치자인 렉터(Rector)의 궁전, 극장, 감옥까지 연결된 큰 건물군이었다. 그러나 1825년에 대부분의 건물들이 파괴되고 구시청사와 작은 예배당 건물만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1455년에 구시청사와 카레피츠 저택(Karepić Palace)을 연결하는 브릿지 위에 세워진 세인트 로렌스 예배당(the Chapel of St Lawrence)은 다행히 옛 모습 그대로 살아남아 옛 시대의 운치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구시청사 건물도 1890년에 네오고딕 양식으로 수리되면서 현재의 온전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류의 문화유산이 이렇게라도 살아남아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