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의 여성 노동자 안전보건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전면계정안에 주는 메시지 ⑦

등록 2019.05.13 16:38수정 2019.05.1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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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일곱 번째 글로 독일의 여성노동자 산업안전보건 문제를 다룬다.
  
들어가며- 여성노동자 보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18년 3월 27일 "우리는 보호가 아닌 권리를 원한다"라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제33조 제5항 후문에서 여성의 노동을 현행 헌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삭제하라는 내용 등이었다.

여성에 대한 혹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이들이 여성에 대한 보호를 무조건 환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여성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처우를 원하지 '보호'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무엇이 평등하고 공정한 것이냐는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형식적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한 경우도 많고, 반대로 형식적으로는 불평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평등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임신·수유 여성노동자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그 상태에 적합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금융권의 여성 지원자에 대한 채용성차별 사건, OECD 최고라는 성별임금격차에서 드러나듯이 여성은 여전히 채용, 임금, 승진 등에서 차별받고 있고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보호'라고 표현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독일과 한국의 임신·수유 여성노동자 산업안전보건제도

독일은 모성보호법(Mutterschutzgesetz, 2017. 5. 23. 개정)이라는 별도의 법률이 있다. 이 법은 크게 근로시간적 건강보호, 사업장 건강보호, 의료적 건강보호, 해고보호, 모성보호를 위한 급여, 벌칙규정 등을 두고 있다. 이 중 대한민국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가지고 있는 법의 적용범위, 여성의 건강보호, 태아 산재 보험 적용 등을 살펴보겠다.

가. 적용범위


대한민국은 모성보호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두고 있고,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한정하여 보호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 모성보호법은 다른 독일의 산업안전보건제도와 같이 그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

독일 모성보호법의 적용범위에는 직업훈련 및 실습 중인 여성, 장애인 여성, 제3세계 봉사자 여성, 정신적 동업조합, 교회의 구제사업 또는 이와 유사한 단체/공동체의 회원으로서 공공분야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 이 기간 중 외부교육훈련에 참가하는 여성, 가내근로 종사여성, 경제적인 비자영업으로 인하여 유사노동자로 간주되는 여성, 교육훈련 행사 또는 초중등학교 또는 대학교 교육훈련의 범위 내에서 의무적으로 주어진 실습에 참여하는 초·중등 여학생 및 여성 대학생 등이 포함된다.


나. 건강보호- 노동시간 관련 보호, 위험성 평가 및 보호조치, 임신여성에 대한 금지업무 등

대한민국도 위험한 장소에서의 근로 금지, 시간 외 근로 금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금지,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사용 금지, 쉬운 근로로 전환, 임신기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허용,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의 제한(노동자 동의 필요), 유급 수유시간의 허용 등 다양한 모성보호제도를 두고 있습니다만, 실효성과 세심함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독일 모성보호법도 노동시간 관련 임신여성 및 수유여성의 건강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중 독특한 점은 일종의 동의 철회 조항이다. 교육훈련시설의 야간근로는 여성의 명확한 설명 등을 요건으로 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데, 이때 여성은 위 설명을 "언제나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없는 조항이다.

독일 모성보호법도 사업장 건강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중 감탄한 점은 사업주에게 "모든 업무에 대해" 임신 또는 수유여성 및 그 아기가 노출되거나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종류, 크기 및 기간에 따라 평가하고, 이에 대해 보호조치가 필요한지를 밝히며,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임신 여성에 대하여 유럽연합의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에 노출되는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사용 금지 조항이 있지만, 지극히 좁은 범위의 예외만을 규정하고 있고, 이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4는 2010. 7. 12.에 개정되어 이후의 새로운 물질이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들어가 있어야 할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도 특정하고 있지 않다.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체계적 관리와 함께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을 사용하는 업무도 유해·위험업무로 규정되길 기대한다.

독일 모성보호법은 임신여성에 대한 금지 업무 또는 작업으로 "임신여성이 임신 5개월이 경과한 후 현저하게 움직임이 어려워 상시적으로 서서 있어야 하고 그 업무가 매일 4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나 "성과급 업무 또는 작업 속도를 높임으로써 보다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타 업무", "일정한 작업속도의 컨베이어벨트업무", "주어진 노동 템포에 속도를 맞추는 작업" 등도 포함하고 있다. 세심함도 세심함이지만, 성과급 업무나 노동 템포에 속도를 맞추는 작업을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로 파악하는 관점이 놀랍다.
 
 2019년 4월 1일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임신 중 여성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 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자회견이 열렸다.
2019년 4월 1일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임신 중 여성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 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자회견이 열렸다.공공운수노조
 

다. 태아 산재보험 적용

독일 사회법전 산재보험법은 임신 중 모의 보험사고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도 보험사고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모의 직업병에 의해 건강손상을 입은 자가산재보험에서 제외되는 것은 법 앞의 평등, 사회국가원칙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태아의 손상이 인정되면, 요양급여 외에도 어린이 돌봄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마치며

앞서 말한 대로, 임신·육아기의 여성은 특수한 상황에 처해져 있으므로 보호받아야 하고, 아직은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우대조치도 필요하다. 독일의 모성보호법은 동의 철회 규정, 모든 업무에 대한 위험성 평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의 사업장 보호규정 등에 대하여, 그리고 산재보험법은 태아산재 보험 적용 규정에서 그 시사점이 크다.

그러나 과도한 보호는 오히려 여성을 2등 시민으로 전락시키고, 사업주가 여성의 고용을 기피하게 하며, 남성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지극히 주의하여야 한다. 특히 태아에 대한 산재 보험 적용 문제는 남성 노동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남성 반도체 노동자의 자녀가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법 개정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변호사이신 천지선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5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여성노동자 #건강권 #태아산재 #임신출산수유 #모성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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