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이빗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식량 지원은 우리 정부가 직접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해 전달하거나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해 왔다. 그동안 식량 지원은 지속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노출해왔다. ▲인민군·보위성·보안성·군수산업 종사자 등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있는 집단에 '선 배급' 가능성 ▲모니터링을 위해 방북한 국제기구 관료들 앞에선 식량을 배급해 주고 그들이 떠나면 도로 거두어들인 사례(탈북민 복수 진술)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을 "장군님께서 주시는 것"이라며 체제 선전에 이용한 사례 등이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북한은 협력과 통일의 상대"라며 "우리 헌법이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래에 통일한국의 국민이 될 사람이 만약 지금 배고프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지원을 하되, 질서있게 지원해야 한다. 국제기구가 저개발국에 식량 지원을 할 때 필요한 집단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항상 모니터링을 한다"며 "모니터링도 하고, 분배 결과 보고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3일 "과거 미국이 한국에 식량원조할 때 부분적으론 전달하는 기관에서 착복하고 실제론 일부만 주민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후진국에선 일반적 현상"이라며 "북한도 일부는 군대에게 유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완전히 막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당 부분이 주민에게 전달되면 현실적으론 그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일일이 확인하려면 모니터링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고, 국제기구에 더 유연하고 협조적 입장을 보인다"면서 "우리가 직접 전달하려는 욕구가 있다 보니 전달식에 참여하고 일부 지역 모니터링은 가능하겠지만, 국제기구가 하는 것만큼 모니터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제기구를 통해서 지원하는 게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대북 식량 지원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13일 "인도적 지원은 상대가 요청을 해야 이뤄지는 것인데 현재 북한이 한국에 명시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앞서가는 것"이라며 그 부분이 먼저 해결돼야 함을 강조했다.
윤 소장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한테 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줄 수 있는 방법은 본인이 볼 때는 없는 것 같다"면서 "북한에 외국인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있고, 북한이 사전에 조직을 해서 (외국 모니터링단이) 방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체제 특성상 그 어떤 방안도 완전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는 또 "우리 정부는 인도적 측면보단 남북·북미대화 모멘텀을 위해서 식량지원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북한은 식량을 받겠다는 것보단 식량지원 카드를 통해서 대북제재 (수위)를 낮추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영훈 위원은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오랜만에 실사한 결과를 보면 과거와 비교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의 농촌진흥청 작황 추정 결과를 봐도, 전년 대비 2018년 작황이 거의 6% 가까이 떨어졌다. 양자의 수치가 공통적으로 그 전년도와 견줘 떨어진 것이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북은 지난 2012년 포전담당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농업생산량이 떨어졌다. 김 위원은 북한이 농업개혁에 착수했는지 불분명하고, 농업개혁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뒤 실시한 농업개혁 덕분에 극단적인 기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과는 다른 견해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북한 식량생산량의 정체, 절대적 식량 부족에 의한 '영양실조'의 만연, 남한에선 사라진 춘궁기(보릿고개)가 여전히 북한에 존재하는 것 등을 관찰할 때 그의 진단이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 주민이 만성적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은 강화된 대북제재의 여파라기보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북한 농민들은 군대용 '군량미'와 나라에 납부하는 계획분인 '노르마'를 바치고 난 뒤 초과 수확량만을 가질 수 있다. 그건데 이 노르마가 너무 크기 때문에 총 생산량과 상관없이 생산자인 농민이 굶주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알려졌다. 따라서 군량미와 노르마 납부량을 줄여주는 개혁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북한 내부의 비효율적인 협동농장 체계 등 농업 구조와 정책 실패, 투자 부족이 농업 생산량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이 북한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2017년도 북한 GNI에 따르면 대북제재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제 분야는 광업(-11%), 제조업(-6.9%), 중화학공업(-10.4%), 건설업(-4.4%)이다. 농림어업 분야의 하락은 -1.3%로 나타나 제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1979년 북한의 곡물수출량은 34만 2000톤으로 나타났다. 당시 북한은 식량 자급에 성공하고, 소비하고 남은 곡물을 수출함으로써 곡물 수출국이 됐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김일성이 개발한 '주체농법'의 실패와 거듭된 자연재해로 1990년대 초반부터 식량 위기가 초래됐다. 이외에도 연료·전기·비료 부족, 비효율적인 협동농장 시스템이 북한농업을 붕괴시켰고, 이는 곧 배급제 중단과 개인농(텃밭) 사후 추인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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