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발제자 하상일(동의대), 토론자 이동순(조선대) 교수
권위상
특히 그는 일제에 영합하지 않고자 끝까지 조선어를 사용하여 민족정신을 알리는 데 노력한 문학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기합리화에 바탕을 둔 소설을 통해 그는 일제 말 자신의 친일 행적에 대해 쏟아질 비판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고 했다.
"작가로서 재출발함에는 춘원에게는 '진실'이 요망되고 민족의 일원으로 재출발함에는 참회와 회오와 솔직한 사죄가 요망된다. 요망을 지나쳐서 명령된다."
김동인이 소설 속에서 시도한 이광수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이광수에게 '진실', '참회', '회오', '사죄' 등을 요구하면서도 그것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이광수에 대한 직접비판이 자신의 친일행위를 부정하는 방어 논리로 유효하다고 여길 만큼 노회했다.
실제로 소설에서 표면적으로는 이광수를 직접비판하고 있지만, 교묘한 변명의 논리를 끼워 넣고 있다. 오직 민족을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춘원의 생애가 해방 이후에 '반역'의 삶으로 규정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냉소의 형식으로 말이다.
그는 또 <망국인기>(<백민> 1947.3.)와 <속 망국인기>(<백민> 1948.3.) 등 자전소설을 발표하여 자신은 '평생을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한 자리에서 문학이라는 순수성을 지켜오는 데 힘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제 말기의 친일행위를 민족해방을 위한 결단이자 고육책, '조선어와 조선 소설'을 지키기 위한 체제 내에서의 저항 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망국인기>는 해방 직후 서울의 주택난을 제재로 김동인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드러내고 <속 망국인기>는 해방 이후 미 군정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망국인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상 식민지배에 부역한 자신을 피해자로 왜곡하고 있는 작품이다.
"즉 그 김동인이는 과거 오십 년간 단 한 가닥의 길(영리 행위가 아닌)만을 걸어왔고, 더욱이 최근 한동안은, 조선어 사수(死守)를 위하여 총독부 정보과(情報課)와 싸우고 싸우고, 8.15 그날까지도 이 일로 싸워 온 사람임을, 조선이라는 국가가 있고, 그 국가에서 과거의 공로자에게 어떤 보상을 한다 하면, 마땅히 김동인이에게는 어떤 정도의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해방되었다는 이때, 집 한 간 없이 가족이 이산하게까지 된다면 이것은 도리가 아니요 대접이 아니다." - 소설 <망국인기> 중에서
'조선어 사수를 위하여 총독부와 싸운 공로자'라는 김동인의 자기 인식에서 드러나는 것은 친일 부역 활동에 대한 철저한 망각과 왜곡이다. 여기엔 "애국열과 보국 정신을 붓의 힘을 빌어서 국민에게 환기시켜 천황폐하의 은혜와 나라의 은혜에 대해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 싶"다고 썼던 김동인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김동인의 해방 후 소설, 친일 행적에 정당성 부여
하상일은 해방 이전의 친일행위와는 달리 친일 행적을 은폐하고자 한 김동인의 해방 후 소설이 그의 친일 행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왜곡된 근거로 삼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문언유착과 문학권력의 제도화-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을 중심으로'(<작가와 비평> 2004년 상반기)에서 밝힌 그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이밖에도 임성용(시인)은 발제 '김동인 소설에 나타난 반여성성과 식민지 민족주의의 왜곡- <감자>와 <붉은 산>을 중심으로'를 통해 김동인 소설의 문제점을 살폈다. 그는 이러한 점을 토대로 "언론사가 문학을 문화적 지배 이데올로기 수단으로 삼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자 이명원(경희대)은 '기억과 책임의 분식 - 팔봉비평문학상의 폐지 문제'를 통해 김팔봉(기진) 같은 신문학의 개척자이면서 친일부역에 종사한 문인은 '기념'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기억'돼야 할 인물이라고 밝혔다.
문학 활동 계승은 종합적인 비판과 성찰로, 친일문학상은 폐지돼야
그는 문인과 문학 활동에 대한 계승은 종합적인 비판과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며, 일제 말기의 글쓰기와 행적은 저널리즘은 물론 문학사적 연구에서도 논의되지 않는 기형적 상황을 환기했다.
한편, 그는 팔봉비평상의 수상자들은 김현의 수상 이래 동시대 한국 문단의 문학 권력이자 상징적 지위를 점한 이들이어서 한국문학사에서 '친일=대일협력' 문제는 초점화되지 않고, 분식됐다고 지적하면서 이 문학상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일문학상 문제는 단순히 한 문인을 기리는 방식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한국 근대사의 문제이면서 한국 문단의 구조, 문인들의 등단 방식, 특정 문예지 중심으로 형성되는 문인 커뮤니티, 출판 자본과의 관계 등 상상을 뛰어넘는 복합적인 문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임성용 시인이 제시한 해법이 정곡을 찌르고 있지만 그게 현실에서 쉽사리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이러한 친일문학상을 없애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 문단의 평론가, 대학교수, 소설가, 문학 지식인들이 조선일보가 모시고 조선일보가 하사하는 '동인문학상' 심사에서 손을 떼고 작가들은 수상을 거부하면 된다. 그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 임성용, '김동인 소설에 나타난 반여성성과 식민지 민족주의의 왜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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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 넘어 입문한 <오마이뉴스> 뉴스 게릴라로 16년, 그 자취로 이미 절판된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이 남았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로 이어지는 노화의 길목에서 젖어 오는 투명한 슬픔으로 자신의 남루한 생애, 그 심연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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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팔봉비평문학상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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