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근태 의장의 아내인 인재근 의원(오른쪽)이 29일 오전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린 '민주주의자 고 김근태 선생 6주기' 추도 행사에서 아들 김병준 씨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영동대공분실이 대한민국 인권의 성지가 되길 바란다.
유대인 학살현장인 아우슈비츠를 기념관으로 운영하는 것이 유럽에서 파시즘 정치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이 대한민국, 나아가 아시아에서 아우슈비츠 기념관과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민주인권기념관은 미래 세대에게 과거의 참혹한 실상을 알려주고, 그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민주인권기념관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민가협이 되었으면 한다.
김근태의 고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이 문제가 김근태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근태처럼 어딘지 모를 곳으로 연행된 수많은 대학생과 민주인사들의 가족들을 모아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을 결성했다. 자식의 소식을 알기 위해 달려온 어머니들과 함께 남영동으로, 서빙고로, 장안동으로, 남산으로 동분서주했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투쟁하며 연대했다.
민가협이 그랬듯,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이 고문과 국가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연대하며 치유의 길을 걸어 가주길 바란다.
희망의 힘
민주주의자 김근태는 늘 희망을 말했다.
"희망은 힘이 세다, 희망은 믿는 사람에게 먼저 온다."
엄혹했던 시절,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질 줄, 또 고문의 실상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탄압의 상징, 공포 그 자체였던 남영동에서 경찰이 물러나게 될 줄, 신음과 비명이 서린 대공분실 건물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거듭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희망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지 모른다. 김근태가 그랬듯, 희망의 힘을 믿고 함께 걸어왔기에 이 모든 게 가능했다.
김근태를 떠나보내고 다짐했었다.
"김근태가 못다 한 일, 인재근이 마무리 짓겠다. 옥중의 김근태를 대신하며 '바깥사람'의 별명을 얻었던 인재근의 진가를 보여주겠다."
남영동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 것도, 민주인권기념관을 만든 것도 모두 김근태가 못다 한 일이었다. 하나씩 마무리 지어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희망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연대하며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새롭게 다짐해본다.
[기획/남영동의 봄]
① 표창원 "'저XX 짭새야' 몰매... 이 비극 우리 시대에 끝내자" (http://omn.kr/1ifis)
②
'희극'으로 기억에 남아야 할 남영동 고문실 (
http://omn.kr/1jbmx)
③ 동생 코에 짬뽕국물 부었단 말에 누나 가슴 찢어지고 (http://omn.kr/1j8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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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김근태 고문하던 현장, 이리될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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