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에서 진행하려 했던 김제동 강연 포스터대덕구에서 진행하려 했던 김제동 강연 포스터
대전시 대덕구청
야당의 비판만 들으면 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대덕구가 무리하게 김제동을 추천한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김제동에게 주기로 한 강연료는 대덕구의 재정이 아닌 국비다. 지난해 8월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혁신지구교육예산(국비 1억 5000만원) 중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 돈은 구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아니다.
대덕구는 대전 서구, 유성구 등에 비해 문화 혜택이 빈약한 지역이다. 구 일대에 영화관 한 곳 없다. 지역 주민 입에서 "7만 원이 넘는 표를 주고 봐야 하는 강연을 국비를 이용해 무료로 듣게 해준다는데 오히려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지난 3월 대전에서 열린 '김제동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9'의 R석 입장료는 7만7000원이었다. 당시 공연 시간은 120분이었다.
김제동에게 주기로 한 강연료가 국비임이 밝혀지자 "국비는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돈인가"라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제동의 강연료를 두고 '고액', '무려', '~이나' 등의 표현 일색이다. 너무 높은 강연료라는 의미다. 하지만 김제동보다 많은 비용을 받고 지자체 행사를 다니는 강사들은 많다. 실제로 대덕구가 김제동과 함께 고려했던 설민석을 제외한 이유에는 강사료 문제도 있었다.
한 언론은 김제동의 강연료에 대학 강사들이 허탈감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대학 축제에 초대되는 김제동과 비슷한 급의 가수들은 두세 곡의 노래를 부르고 보통 20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받는다. 소극장에서 매일 공연하면서도 생계를 걱정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허탈감을 느낄 만한 금액이다. 하지만 가수들은 김제동처럼 비판받지 않는다.
그들이 불편한 진짜 이유
가수와 비교를 하자 <머니투데이>는 김제동의 '자격'에 대해 논했다. 이 언론은 지난 6일 기사에서 "가수들은 어느 이데올로기에 서지 않고 오로지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반면, 김제동은 자신의 진보적 성향을 또렷이 내세워 '사상'을 움직인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야권 정치인들도 김제동의 정치 성향을 비판했다. 박대출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코드 만능주의'가 도를 넘어섰다"라고 비판했다. 김정화 대변인도 "편파 방송의 달인을 청소년 앞에 우상처럼 내세운 안목이 비루하다"라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 역시 "방송인 김제동은 KBS 시사프로 <오늘밤 김제동>을 통해 북한 김정은을 찬양하는 방송으로 논란을 자초한 인물이다"라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일부 언론들의 기사를 보면 서두에선 김제동의 강의료를 문제 삼는 듯하다 뒤로 가면서 정치 성향의 문제를 슬며시 꺼내드는 모양새다. "불평등에 저항하라"던 김제동이 자신의 강연료는 많이 받는다고 비판하는 내용도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김제동은 노동의 대가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공산주의를 주장하진 않았다. 한국이라는 자본주의 사회가 좀 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소망을 피력했을 뿐이다. 하지만 김제동이 마치 공산주의라도 주장한 것처럼 오도하는 이유는 결국 그의 정치적 성향을 고깝게 봤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는 4월 26일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이후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정작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고액연봉을 챙기는 건 정치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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