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값으로 현금 대신 받은 5천 원짜리 문화상품권
안은성
종종 초등학생들이 물을 마시러 카페에 온다. 학원에 가기 전 들러서 간식을 먹고 가기도 하고 와이파이를 쓰려고 오기도 한다. 어느 날 두 명의 초등학생이 천천히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책을 보러 온 건가 싶었는데 바로 카운터 쪽으로 걸어오더니 조심스레 묻는다.
"혹시 이거 돼요?"
한 아이가 주머니에서 내민 것은 구겨진 문화상품권 한 장. 아이들 사이에 문화상품권을 생일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마땅히 쓸 곳을 찾지 못해 주머니 속에 넣어둔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실망할 걸 생각하니 선뜻 안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뜸을 들이자 옆의 아이가 거드는 말.
"이거 된다던데요?"
엥?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그러잖아도 적자 운영으로 힘든 마당에 월세도 못 내고, 재료도 살 수 없는 상품권을 받아서 어쩌라고. 하지만 상품권을 내밀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두 명의 아이들에게 "안 돼. 우린 안 받아. 다음엔 돈을 가져와서 사 먹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음, 원래는 안 되는데 오늘은 받아줄게."
두 아이의 눈이 반짝거리더니 갑자기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여기 뭐 팔아요?"
"너희들이 먹을 만한 건 오렌지주스, 아이스 초코라떼, 샌드위치, 토스트?"
"아이스 초코라떼는 얼마예요?"
"삼천 오백 원."
"그럼 오렌지주스는요?"
"이천 원."
요 녀석들이 흥정하듯 이것저것 가격을 묻는다.
"토스트는요?"
"이천 오백 원."
"그럼 토스트 하나만 주세요."
"그래."
아차. 그러면 이천 오백 원을 현금으로 거슬러줘야 하는데. 이거 어쩐지 손해나는 장사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거래는 끝난 것을.
애들아, 소문 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