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이 지난해 11월 27일 기자회견을 연 모습. 국회 앞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1조에 대해서 헌재는 지난해 5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신지수
신고의무 위반에 과태료가 아니라 형벌?
헌법재판소는 "미신고 옥외집회의 주최는 신고제의 행정목적을 침해하고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하여 행정형벌을 과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그 법정형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과중한 처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과잉형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했다.
형벌 특히 징역형은 각종 자격의 제한이 따르고 인신의 자유를 박탈한다. 다른 어떤 기본권의 제한 수단보다도 처벌되는 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며 집행 후에도 인격적 가치나 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헌법재판소가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맹신한 나머지 의무이행의 확보가 문제되는 경우마다 형사처벌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반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서 그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법치국가원리는 헌법 제10조,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을 매개로 하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05. 9. 29. 선고 2003헌바52 결정)라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전신고는 행정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하므로 그 이행은 과태료 등 행정상 제재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미신고집회라 하더라도 ▲ 우발적 혹은 소규모 집회이거나 ▲ 비교적 단시간의 집회로서 평화롭게 집회를 마치는 경우나 ▲ 집회 중에 경찰과 주최 측이 협의하여 질서를 유지하면서 집회를 하는 경우 등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때에도 사전신고를 예외 없이 관철시키기 위해 형벌로 제재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킨다. 때문에 사전신고제가 그 본래 취지에 반하여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에 준하게 운용되는 것이다.
법원 역시 모든 미신고집회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법원은 "신고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판단했다.
같은 판례에서 대법원은 미신고집회 주최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긍정하기는 했지만 해산명령 불응죄에 대해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어떤 기자회견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가 아니어서 참가자를 형사처벌할 필요가 없다면, 해당 기자회견의 주최자를 형사처벌할 필요는 무엇인지에 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에 경찰이 먼저 관행을 바꿨다. 2017년 9월 경찰개혁위원회는 "'기자회견'은 집시법상의 집회·시위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경찰은 그 평화적 진행을 최대한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 구호제창 여부, 플래카드 사용 여부, 확성장치 사용 여부 등의 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해 기자회견을 집회·시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 기자회견이 집회·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현장에서는 진행을 보장하고, 추후 집회·시위 여부를 판단한다 ▲ 기자회견을 집회·시위라고 판단하더라도, 평화적으로 진행될 경우 방송차를 이용해 자진해산요청이나 해산명령을 하는 방식으로 기자회견 진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등의 지침을 내놨다.
경찰청은 위원회의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경찰청 스스로 기자회견을 일률적으로 집회로 간주하여 형사처벌하던 관행을 버렸는데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고집한 것이다.
재판관 4인의 위헌 의견… 미래의 다수의견이 될 소수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