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김성욱
2014년 1월 17일 오전 10시 15분, 기동순찰팀(CRPT)이 광주교도소 2-1하2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트랜스젠더 여성(MTF) 수용자 김아무개씨가 홀로 갇혀 있는 방이었다. 기동순찰팀은 김씨 방에서 보온물병덮개 1개, 모포 3개, 부채 1개를 발견했고 곧바로 김씨를 조사수용했다.
김씨는 보온물병덮개는 배급받은 온수병을 따뜻하게 하려고 모포를 잘라 주머니 모양으로 이어 붙인 것을 출소자로부터 받은 것이고, 모포 3개는 입실할 당시부터 이미 거실에 있던 것이며, 부채 1개 또한 안양교도소 수용 당시 여름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소측에서 나눠 준 것이라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1월 29일 광주교도소 징벌위원회는 금치 9일의 징벌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조사수용된 때로부터 징벌이 종료된 2월 6일까지 21일간 징벌방에 감금되었다. 조사수용 기간은 금치 기간에 산입되지 않았다.
징벌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김씨의 방에서 발견된 보온물병덮개 등을 허가 없이 소지한 점, 그리고 정당한 사유 없이 교도관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기동순찰팀의 거실특별검사가 있기 35분 전인 오전 9시 40분쯤 광주교도소 수용관리팀장이 위생을 위해 필요하다며 이발을 지시하자 김씨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징벌방에 갇힌 김씨는 공동행사 참가, 신문 열람, 텔레비전 시청,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제외한 자비구매물품 사용, 작업, 전화통화, 집필, 서신수수, 접견을 제한당했다.
강제이발 거부하다 징벌방에 갇히다
교도소 수용자에 대한 대표적인 인상이 있다. 머리카락을 빡빡 깎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랬다. 옛 행형법 제23조는 "수형자의 두발과 수염은 짧게 깎는다"고 하여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를 뒀다.
옛 행형법시행령 제93조 제1항은 "수형자의 두발은 1월에 1회이상, 수염은 10일에 1회이상 짧게 깎아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당시 법무부예규 '수용자 이발 등 지침'은 남자 수형자의 앞머리는 10㎝, 뒷머리·옆머리는 각 2㎝로 규정했다. 이에 더해 징벌을 받으면 스포츠형(앞머리 3㎝)으로 짧게 깎을 수 있도록 했다. 여자 수용자의 경우 '단발카트형' 또는 '파마웨이브형'을 원칙으로 했다.
이후 강제이발은 인권침해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옛 행형법이 2007년 형집행법으로 전면개정되면서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는 삭제되었다. 형집행법 제32조는 "수용자는 자신의 신체 및 의류를 청결히 하여야 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거실·작업장, 그 밖의 수용시설의 청결유지에 협력하여야 한다"(제1항),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머리카락이 길다고 해서 곧바로 위생 등에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한편, 법무부령인 교도관직무규칙 제33조 제1항은 "(교도관은) 수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와 의류를 청결하게 하고, 두발 및 수염을 단정하게 하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지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지도'란 권력적·법적 행위에 의하지 않고 행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행정객체에 협력을 구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 또한 수용자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는 될 수 없다.
강제이발은 법적 근거 없이 수용자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법하며 따라서 교도관의 강제이발 지시도 정당한 지시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소측은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금치 징벌을 결정한 것이다.
이미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도 구치소 수용자 강제이발 사건에 대해 "타인에게 위해를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진정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고 "신체의 외형적 형상이 물리적인 힘에 의해 침해당하지 않을 자유 즉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09진인4676).
법원 "강제이발 지시는 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