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에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7대 권고 이행 점검 토론회’가 열렸다.
정대희
"밤마다 잠자는 게 두렵다. (과로로) 아침에 못 일어날까 봐 그렇다. 가족들도 다른 직업을 찾으면 안 되냐고 한다."
오현암 전국 집배노동조합 집배국장의 말이다. 오 국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 간담회에서 열린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7대 권고 이행 점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이렇게 '고백'했다.
이날 오 국장은 "우체국 집배원들이 올해만 9명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려 마련된 권고안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려 7대 정책을 권고했으나 10개월째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이행사항 점검표를 제시하며 "적정 노동시간을 위해 기획단이 2000명 인력충원을 권고했으나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증원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라며 "집배 인력 효율화 계획을 통해 인력 여유 지역과 부족 지역을 나눠 인력 재배치만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진단이 권고한 '토요 택배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경쟁력 약화를 근거로 불가능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인력증원 없이 통상우편물 배달과 택배 배달 구역을 분리하는 배달 이원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추진단이 1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체국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다른 노동자에 비해 연간 87일씩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6년 기준 1763시간)보다는 982시간이 더 길었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하면 123일 더 일한 셈이다
(관련기사: "집배원 1년에 87일 더 일해...토요일 배달 중단 추진").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10년간(2008~2017년) 사망한 집배원은 모두 166명으로 교통사고가 25건, 자살 23건, 뇌심혈관질환 29건, 암이 55건 순이었다
오 국장은 안전보건관리시스템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인력증원은 각종 사망사고 예방 대책, 안전보건관리는 사후 대책의 성격이 강하다"라며 "인력증원 계획이 없는 안전보건관리는 별도의 인력과 예산의 규모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집배원들 스스로 사륜차가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인력증원이 없으니 위험을 감내하면서 이륜차로 배달하는 것"이라며 추진단이 권고한 '안전한 일터 만들기' 이행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오 국장은 ▲집배 부하량 산출 시스템 개선 ▲조직문화 혁신 ▲집배원 업무 완화를 위한 제도개편 ▲우편 공공성 유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정확보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가장 필요하고 고귀한 노동자들이 죽어야 하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세계에서 최장 시간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정치는 무엇으로 답하고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라며 "정부는 왜 61년 만에 집배원들이 거리로 나서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죽음의 행렬이란 단어가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9일 파업을 예고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실에서 우정사업본부와 3차 쟁의 조정회의를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5일로 협상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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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잠자는 게 두렵다, 아침에 못 일어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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