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소변 폭력당한 병사에게 피해의 책임 물어"

[스팟 인터뷰]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군 시스템 부재 짚어야"

등록 2019.07.05 21:35수정 2019.07.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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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도 화천 지역 육군 7사단에서 일어난 군 가혹행위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KBS 등의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 3명은 피해자가 '군대 생활을 잘 못한다'면서, 신체를 폭행하고 대소변을 입에 넣어 먹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두달여 지속했다. 가해자들은 4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부대와 외박 나간 숙박시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혹행위를 했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가혹행위를 알게 된 부대가 피해자를 이른바 '힐링캠프'라는 관심 사병들이 격리되는 시설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런 부대의 조치를 두고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또 "피해자 힐링캠프 입소 조치를 철회하고 피해자가 의사의 진단에 따라 치유를 위한 적절한 처우를 보장받게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5일 오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힐링캠프 입소, 피해자도 원인 제공자라고 보는 것"

- 입대 동기인 병사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위계가 없는데도 가혹행위가 일어날 수 있나?
"일단 한 명만 동기고 두 명은 입대를 빨리 한 선임이다. 계급만 같다. 이 상황에서도 충분히 서열이 발생할 수 있다. 4월부터 사건이 발생했다. 뺨부터 때리기 시작해 발로 고환을 수차례 걷어차고 볼펜으로 허벅지를 찌르는 상해를 입혔다. 영외로 나가서는 소변을 먹게 했다. 그리고 영내로 돌아와서는 대변을 먹게 했다.

4월에서 6월까지 가혹행위가 벌어지는 동안 피해자는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이 지경이면 군대 사고 처리 시스템이 마비됐다고 봐야 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거니까. 누구의 잘못인가? 가해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괴물을 길러내는 군 시스템이 문제다. 피해자가 두 달 동안 군 당국에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건 군의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 군의 신고 시스템을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게 할 수 있을까? 
"군 내부에만 신고하도록 돼있는 시스템은 실효성이 없다. 내부와 외부가 경쟁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현재 신고 처리 절차가 군 내부와 국가인권위원회밖에 없다. 국가기관만이 해결의 주체라는 '순혈주의'에 빠져있다. 이대로라면 사태는 지속적으로 반복·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대가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 우선 사건을 인지한 이후 나흘 동안 피해자를 방치했다. 힐링캠프라는 수용 시설에 가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가혹행위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정신과 진료와 휴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오히려 수용 시설에 입소시켰다. 피해자도 원인 제공자라고 보는 것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의 '구타 가혹행위 처리 기준'에는 여전히 원인 제공자를 사법처리 또는 징계처리 하라는 내용이 남아있다. 군대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피해의 책임을 묻고 있다."

"전시와 훈련 때는 복종, 그 외에는 수평 관계가 돼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인들의 권리 의식 신장을 군 당국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인들의 권리 의식 신장을 군 당국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사진공동취재단
 
- 군의 자살률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군인권센터 상담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군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군인들의 권리 의식 신장을 군 당국이 못 따라가고 있다. 학생들은 인권 교육을 받고 졸업해 20대 초반에 입대한다. 인권이나 권리 의식이 군 간부가 높겠나? 병사가 높겠나? 이 차이를 국방부가 간과하고 있다. 시스템을 빨리 바꿔줘야 한다.


전쟁과 훈련시에는 복종 관계가 성립되는 게 맞지만 그 외 모든 건 수평적 관계가 돼야 한다. 한국 군대는 모든 일상이 수직적이다. 얼마 전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과 악수하는데 굉장히 자유롭더라. 군인들이 각 잡고 서있지 않았다. 우리는 그랬다면 '군기 빠졌다'고 했을 거다.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이지만 군인을 유권자로서 대할 수도 있어야 한다. 수직적인 권력 관계에서는 폭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군 가혹행위 역시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명백히 권력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 궁극적으로 군대가 더 민주화돼야 한다는 뜻처럼 들린다.
"많은 사람이 군대가 헌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헌법 위에는 무엇도 있을 수 없다. 헌법 위에 무언가 있다는 발상 자체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다. 반국가적인 행위다.

- 왜 구속 수사가 필요한가?
"가해자에 대한 엄단이 필요하다. 현재 가해자 3명 중 한 명이 군검찰에 구속된 상태고 두 명이 불구속됐는데 나머지 두 명도 구속돼야 맞다. 구속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에게 나쁜 짓을 하면 다칠 수 있다는 교훈을 줘야 한다. 피해자의 권리구제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20대 가해자가 대한민국 구성원이자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기 위해서라도 구속해야 한다. 나쁜 짓을 했을 때는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가해자에게 내성이 생기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누구든지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39조 2항을 짓밟았다. 인권 침해로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훼손한 동시에 군 전투력을 약화시켰다. 그런 측면에서라도 감경 기준을 적용할 게 아니라 가중치로 처벌해야 한다."
#군인권센터 #군 가혹행위 #육군 7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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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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