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노동자시민회의 소집권자인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남덕 콘티넨탈지회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저는 자동차 계기판을 만드는 노동자입니다. 회사에서 근무한 지는 23년 정도 됐습니다. 한 곳에서만요. 그리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충북노동자시민회의(이하 노동자시민회의)는 유튜브에 한 청년 노동자가 나와 박근혜가 퇴진하면 나의 삶이 바뀔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 동영상이 주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 촛불의 힘이 실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일터가 바뀌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그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고민이 있었죠. 그쯤 충북지역의 다이옥신 소각장 문제, 라돈침대 문제가 부각됐던 때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일터를 바꾸고,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사회의 개입을 통해 활동하는데 그 과정에 노동이 배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지역과 노동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 고심했죠. 동시에 유해화학물질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역의 단체와 노동조합이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고, 작년 9월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공부도 하고, 운영위원회 회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과 안전, 건강을 키워드로 삼는조직이 생겨나면서 주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물었다.
"다들 처음에는,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 '뭐지?' 이런 분위기가 있었죠.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보통 정해진 A, B, C가 있는데 노동조합이 유해물질, 환경문제를 갖고 뭔가 해보자고 하니깐 취지는 공감하나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경제적 이익 투쟁 말고 환경 문제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전전을 하며 확인한 것은 반응을 적극적으로 주시는 분의 경우엔 내용에 공감하며, 노동자들과 이 문제에 나서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연락을 주기도 하셨고요. 충북이 워낙 대기질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는 제기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일터의 담벼락을 뛰어넘는 것. 그것이 노동자시민회의의 출발점이자 도전이기도 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모여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일 계속되는 사고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천 사고와 관련해 관심이 많습니다. 활동을 아직 왕성하게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 카드 뉴스도 제작하고, 기자회견도 열었어요.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거죠. 또 다른 활동은 대기오염물질 조작사건과 관련해서 노동조합도 찾아가고, 간담회도 하고 공동 기자회견도 열었어요.
사업장 전면 실태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이었죠. 이때 많은 기자가 찾아와서 솔직히 놀라기도 했어요. 지역사회의 노동자들이 공장 밖을 나와 환경문제, 유해물질문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이만큼의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노동자시민회의는 본인 스스로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있을까.
"사실 사고가 나면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알기 쉽지 않아요. 사고가 난 현장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이것이 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럴 때 '당신 삶에 어떤 영향이 있어요.'라고 해석해주고,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것들이 차단되어야 우리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계속 설명해주는 것, 그리고 각 일터와 내 일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기도 하죠. 그런 활동이 우리의 1차 목표입니다."
"제천 사고의 경우에도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한정될 수밖에 없어요. 정보가 워낙 차단되어 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와 기업에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죠. 노동자시민회의가 확인한 것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자기 사업장, 자기 안전문제가 아니고서는 지역과 함께 하겠다는 고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에요. 그것을 앞으로 해나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고,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걸 본 거죠. 이런 것들이 계속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것들이 충북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연결되어야 하고요."
가장 최근 이슈가 됐던 제천 화학폭발사고의 경우에도 노동자시민회의가 갖는 주요한 문제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학폭발사고가 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시민회의를 포함한 지역 노동계가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사고가 난 공장은 유해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취급하는 화학업체이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한 것은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동안 여러 번의 위험 신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사고를 겪은 후 노동자시민회의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저희가 평상시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에 정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 확인됐죠. 위험을 평소에 관리·감독 하지 못했고, 지자체 역시 현황 파악도 하지 못한 것이죠. 그런 상황 자체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자시민회의가 계속 주장한 것은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고, 관리되고 있는지 지역과 일터의 노동자들이 알 수 있도록 언제든 자료를 요구하고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었어요.
어떤 대책위를 꾸린다고 하더라도 피해 보상 얼마로 끝날 뿐이고, 제도적 변화는 없을 거란 생각이 이번 사례를 통해 재확인된 거죠. 사실 지역 명예산업 안전감독관 같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