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판결에 눈물 흘리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 생존자 이춘식 씨와 고 김규수 씨 부인. 사진은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유성호
한일 무역 갈등의 밑바탕에 아베 정권의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참에 과거사를 확실히 정리해야겠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턱밑까지 쫓아온 한국 경제에 대한 견제 심리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껄끄러워진 한일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속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가 바로 '아베 정권'이라는 점이다. 정치와 무관한 대법원 판결을 정치 쟁점화시키고 이를 다시 경제 문제로 연계시켜 보복 조치를 감행한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쟁점이라 할 수 있는 한일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개인 청구권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이미 2012년 5월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개인 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개최된 제1차 한일회담에서 이른바 '8개 항목'이 제시됐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무관계에 관한 것이고, 이 8개 항목 중 제5항에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라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청구권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일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정부가 대한민국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이 제2조의 양국 및 양국 국민간 청구권 등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라며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의 발표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도, 정부가 수령한 무상자금 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해야 할 책임은 '도의적 책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봤다.
한국당의 주장이 자가당착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