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0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2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뒤 두 번째로 영장이 기각됐다. 2019.7.20
연합뉴스
지류(증거인멸)에서 본류(회계부정)로 넘어간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법원의 '불구속 원칙'에 부딪혔다.
20일 오전 2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와 김아무개 재무이사(전무), 심아무개 경영혁신팀장의 구속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 주요 범죄혐의가 성립하는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 어느 정도 증거가 수집된 상태며 ▲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비춰볼 때 현재 단계에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본안 집중' 선언했는데... 법원 "구속 필요 없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16일 세 사람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그 혐의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을 넣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가 회계부정을 어떻게 감췄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던 수사를 검찰 스스로가 '본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지 약 한 달만이었다.
이 사건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 결산 처리로 불거졌다. 이때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가 4조5000억 원 늘어났다. 삼성바이오는 이전에도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고, 장부를 조작한 뒤에도 회계자료를 조작,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김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회사 서버를 숨기는 등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있다.
그런데 1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무는 회계부정 자체를 사실상 인정했다.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2015년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고, 2016년 이후에는 과장한 삼성에피스 사업계획을 회계사에게 건네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에도 회사 가치를 부풀린 회계보고서를 재무제표에 반영했고, 모든 과정을 김태한 대표에게 보고, 승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 점을 감안한 듯 영장 청구 기각 사유에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포함했다. 또 검찰이 지난해 말부터 8개월 가까이 수사를 진행하며 어느 정도 증거를 수집했으니 세 사람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까진 없다고 봤다. 명 부장판사는 또 주거와 가족관계 등을 언급하며 도주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회계부정 아니다'는 아니지만... 갈 길 먼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