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4.0 아카데미 독일 연수단 출정식5월 31일 새벽 6시. 독일의 청년 정치를 보러 떠나기 직전 인천 공항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번 회차의 저자이다.
김가영
7박 9일의 일정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연수생들이 만난 단체는 기독민주당(CDU), 사회민주당(SPD), 녹색당(Grune), 좌파당(Linke)의 청년 조직이었다. 또한 정당과 무관한 시민사회단체로 '독일환경자연보전연맹(BUND)'와 '베를린세입자협회(Bmgev)'를 인터뷰했고, 정부출연기관인 '독일연방정치교육원'도 만나봤다. 그리고 '주독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공무원들이 독일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5주간 연작 기고를 통해 '진보정치 4.0 아카데미'의 연수생들이 보고 온 독일사회, 독일의 청년 정치를 풀어낼 예정이다. 첫 회로 전반적인 청년정치 현황과 유학 중에도 정의당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해외 당원' 간담회 결과를 나눈다.
[정치] 좌파당 "녹색당 약진은 유튜버 '레조' 영향력 때문"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유럽의회선거에서 녹색당은 독일 내 득표율 20.5%를 기록하며 집권당인 기독민주연합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유럽 전반적으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한 것이 지지율상승으로 드러났으리라 추측했다. 이에 청년좌파당의 프란지 루케(Franzi Lucke, 27세, 좌파당 대변인)는 이런 평가를 내놨다.
"유튜버 레조(Rezo)가 녹색당을 자주 언급한 게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레조는 독일의 유명한 유튜버로 2019 유럽의회선거 1주일 전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집권 기민당 등이 우리의 삶과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그는 기후변화 등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좌우를 떠나 기후변화 이슈는 독일 내 젊은 유권자들에 큰 영향을 끼친 게 확실했다. 2014년 42%로 저조했던 투표율이 올해 52%로 상승한 건 30세 이하 유권자 3명 중 1명이 투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년기민당(Junge Union, CDU)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후행동 시위인 '프라이데이 포 퓨처'(Friday for Future, 아래 FFF)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청년사민당(Jusos, SPD)은 모정당인 사민당이 집권당 기민당과의 연정으로 확실한 스탠스를 취하지 못한 게 지지율 하락과 당 대표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청년 정당들은 상당히 자유로운 행보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청년사민당은 모정당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캠페인 자체도 달리하고 있다. 청년사민당의 미아(Mia, 26세)는 '대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을 30%로 확충하자'는 모정당에 "최소 40% 이상을 확보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청년좌파당(Links'jugend Solid) 역시 마찬가지다. 좌파당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원내대표는 '독일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먼저 주어져야 한다'는,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놔 논란을 일으켰다. '독일인이든 시리아인이든 빵은 모두 1유로'여야 한다는 청년좌파당원들은 그에게 대화를 요청했지만 원내대표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당 내 부문위원회의 입지가 아니라 독립적인 정당으로 활동하는 독일 청년정당은 모 정당에 진보적 견제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정의당을 비롯한 한국의 정당들이 청년 정당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주거] "행복할 줄 알았던 독일... 베를린 월세가 10년새 2배로 올라?"
독일에서 주거 문제를 마주할 줄은 몰랐다. 베를린은 1평방미터 당 평균 임대료가 5.6유로(2008년 기준)에서 10년 사이 11.4유로로 2배 뛰었다.
지난 4월 베를린 알렉산더플라츠에서는 '미친' 임대료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는데 주최 측 추산 4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한다. 독일 최대의 부동산 회사인 '도이체보넨'을 몰수하라는 시민청원도 진행되고 있다. 주택난과 치솟는 임대료에 독일 국민들은 '거대 부동산 회사를 국유화하자'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