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박물관 지도의 방, 바티칸 대표적 이미지로 많이 사용하는 천장화의 모습
한정환
이곳 지도의 방은 교황 그레고리오 13세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교황이 지배하고 있던 40개의 성당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지도를 만들 것을 이냐치오 단티 신부에게 요청한다. 교황의 요청을 받아들인 단티는 1580년부터 1583년까지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도의 방에 들어오니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만든 조선시대 지리학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교황 율리우스 2세를 위한 라파엘로의 방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브라만테를 통해 20대의 젊은 화가 라파엘로를 소개받는다. 그리고는 <서명의 방>에 그림 하나를 그리게 한다. 율리우스 2세는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을 보고 그의 탁월한 솜씨에 감명한다. 감명을 받은 율리우스 2세는 자신이 기거하는 4개의 방에 벽화를 전부 라파엘로에게 완성하도록 명한다.
1509년부터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1520년까지 율리우스 2세를 위해 4개의 방에 벽화를 그렸다. 라파엘로가 37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서명의 방, 엘리오도로의 방, 보르고 화재의 방, 콘스탄티누스의 방을 모두 벽화로 장식했다고 한다.
라파엘로가 그린 네 곳의 방 중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곳이 서명의 방이다. 서명의 방에는 신학, 철학, 법학, 의학의 네 주제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시와 문학에 더 관심이 많은 율리우스 2세의 취향을 반영해 '의학'의 자리를 '문학(예술)'이 대신하도록 했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서명의 방> 모습
1509년 서명의 방 왼쪽 벽면에 처음으로 그린 그림이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성체논의> 작품이다. 서명의 방에 구현된 네 가지 주제 중 신학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금색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았던 율리우스 2세가 황금빛 가득한 이 그림에 크게 만족했다는 작품이다.
라파엘로만의 창조적인 화면 구성으로 상하 2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위쪽은 천상세계 아래쪽은 지상세계를 나타낸다. 라파엘로는 공간과 잘 어울리는 구조의 그림을 완성함으로써, 하나의 이상적인 교회를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