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일본이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데 따른 조치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외부적으로 커다란 위기가 도래했다고 해서 내부적으로 총질하거나 매카시즘으로 빠져들어 국론을 분열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커다란 외부 위기가 닥치는 경우 종종 국내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들이 위기에 처하곤 한다.
1950년대 소련과 중국의 공산진영이 미국을 압박하자 미국 국내에서는 매카시즘 선풍이 불었다. '빨갱이'(reds)라고 지목당한 지식인과 공무원들은 대중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했다. 매카시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학문과 언론의 자유를 빼앗긴 채 국가권력에 짓밟혔다. 일부는 결국 조국을 등지고 떠났다.
1960년대 베트남전이 수렁에 빠져들고 전쟁이 확전을 거듭하며 10년을 끌자 미국 국내적으로 인종갈등에다 계급투쟁까지 겹쳐 극심한 혼란상을 보였다. 결국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미국도 국력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치욕 속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울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외부적 위기가 닥칠수록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굳게 지키려는 각오가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은 복잡하지 않다. 언론과 학문의 자유, 타인의 자유에 대한 존중, 다른 시민의 양식(良識, good sense)에 대한 신뢰에 기초한 품격있는 토론의 자세이다.
외부에 대한 증오 혹은 외부로부터의 공포에 흔들리면 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 무너질 수 있다. 애국을 위해서 자유민주주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명, 재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나라가 있는 것이다. 어려운 위기가 닥칠수록 우리가 우리 민주 공화 정치체제의 기초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삼 다져야 한다(이와 관련 아래 필자의 글 참고).
[참고]
"일본 가는 한국인이 못마땅한 분들께" http://bitly.kr/41KXNU
우리는 두려워 할 필요도 어려워 할 필요도 없다. 세계 정치경제의 구조가 변동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우리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어차피 한 번은 거쳐야 할 홍역일지도 모른다.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이 점점 더 격화되어 나가는 가운데 이제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난관, 더 어려운 선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해방 이후 지난 70여 년간 우리는 수많은 난관을 거쳐 왔다. 김일성을 필두로 한 공산 진영이 공산주의 기치 하에 조선을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우리는 조선인 220만 명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견뎌냈다. 군부 통치가 30년을 가고 수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는 결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다. 1990년대 말에는 소위 'IMF 위기'로 수천, 수만의 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속출했지만, 이 역시 결국 이겨냈다.
위기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도 또 활로를 찾아낼 것이다. 우리가 언제나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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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틴 펠로우, 랜드연구소 스탠턴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일본 오사카 소재 관서외국어대 교수 재직중. 일본 및 미국, 유럽,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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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체제' 끝내자는 일본… 한국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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