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교육지도사 역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대상에 해당되지만, 창원시만이 정규직 전환을 실행했다. 그 와중에 인천 남동구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자체 직영에서 민간위탁 운영으로 전환해 정규직 전환 자체를 차단시켰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정되지 않는 노동시간
방문교육지도사들은 하루에 두 가정을 방문한다. 한 가정 당 교육 시간은 2시간으로 책정되어있는데, 즉 1일 4시간씩 노동시간이 산정되고 4일을 근무한다. 이동 시간도 포함되지 않고,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방문하는 가정이 맞벌이이거나 시간이 안 맞는 경우는 저녁 늦게나 주말에도 수업이 이루어진다. 정규 업무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셈이다. 또 갑작스럽게 수업이 취소되거나 지연되어 기다리는 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부담이 가중된다.
강연 "대부분 외곽에 방문대상 가정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동 거리가 멀어요. 첫 번째 방문가정에서 다음 방문가정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자동차 기준으로 전국 평균 30분이라고 통계가 나왔어요. 선생님들은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삼각김밥이나 에너지바로 차 안에서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다 주어진 업무 범위는 훨씬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2시간 수업을 한다면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업무들이 있다. 수업일지 작성, 수업 초기의 면접지와 말미의 성취도 평가 입력, 활동계획서, 결과보고서 등 각종 필요 서류들을 작성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현재 방문교육지도사들은 퇴근 후에 사적 시간을 내어 집에서 서류들을 작성한다. 교육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방문교육지도사 대상의 연간 인터넷 교육들 역시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업무조차도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노동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족한 사회적 인식은 이들이 이주민으로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취약한 위치에서 한국사회의 각종 폭력에 쉽게 노출될 위험도 크다. 이런 점에서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필요한 사회적 지원에는 매우 다양한 결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방문교육지도사들은 '사례관리'와 '정서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 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수행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서류 제출·이동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은 개인 시간을 투여하고 있다. 실제로 방문교육지도사들이 지원하는 내용은 규정된 내용을 넘어설 정도로 상당히 광범위했다.
구은선 "부부생활부터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 시부모나 남편과의 갈등, 남편의 가정폭력과 같이 사적 영역의 일부터 은행이나 금융 업무같이 처음 한국에 온 사람이 처리하기 어려운 생활 정보들을 제공하는 일들이기도 해요. 또 이주여성이 우울감을 크게 느낄 때는 '정서지원'이라고 해서 기분을 전환 시켜주기 위해 같이 고향 음식을 먹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방문교육지도사 선생님들이 자기 역량에 따라서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주려고 해요."
방문교육이라는 특성상 대상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업무가 가능하기도 하고, 또 이미 형성된 관계 속에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구은선 "물론 관계 형성 및 유지를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업무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일지 입력란에 정서지원, 정보제공, 서비스 연계 등의 내용을 입력하게 되어 있었으니까요. 물론 센터에서는 수업 시간 내에 이런 부가적인 관계 형성과 도움까지 주라고 하죠. 근데 수업 시간은 그 시간 내에 해야 하는 과정들이 있으니 실제로는 별도의 개인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죠.
이러한 도움을 '사례관리'라고 하는데, 센터 내근직 직원 중에서 사례관리 담당 선생님이 있긴 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니 이주여성들이 터놓고 하고 싶은 어두운 이야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죠. 저희는 지속해서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니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수월하죠."
이렇게 지원해야 하는 업무가 포괄적이고, 지원받는 대상자들에게도 다양한 욕구들이 있다면 전체적인 다문화가정 복지정책을 검토하여 부족한 제도를 보완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다문화가정의 온갖 필요들을 지원하고 돕는 역할이 개인인 방문교육지도사들의 재량과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다.
복지 제도의 공백을 방문교육지도사들의 쪼개진 노동시간으로 메꾸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마저 축소되고 있다. 과거 전국에 있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 총 3300여 명이었으나, 현재는 1800여 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온갖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방문교육지도사들은 직접 다문화가정을 지원해 온 입장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해 꼭 필요한 복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다문화가정이 필요한 여러 가지 복지 서비스를 방문교육지도사들의 부불노동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우선 이들이 받아야 하는 정당한 노동조건을 마련하고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여가부가 직접 센터를 운영하면서 교육·의료·생활지도·상담 등 각각의 필요성에 맞는 복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복지제도 마련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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