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괵한 튜쥬네르(53)씨가 한 달 넘게 사천에 머물며 표구와 서각을 배운다. 사진은 서각을 배우는 괵한씨.
뉴스사천
한국문화원에서 서화 배우다 한국 방문 결심
"표구·서각 배워 터키에서 기술 나누고파"
"사천, 사람도 풍경도 너무 좋아…못 잊을 경험"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한국 문화와 함께, 한국 사람들 특유의 따뜻한 마음까지 앙카라에 전해주고 싶어요."
괵한 튜쥬네르(53)씨. 주(駐) 터키 한국대사관에서 운영하는 한국문화원에서 서화(書畫)를 배운 일을 계기로 경남 사천까지 오게 된 열혈 터키 청년(?) 학도다. 서예가 순원 윤영미 선생을 만나 서각과 표구 일까지 배우고 있다.
그가 사천을 찾은 사연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괵한씨의 터키 스승은 강애희씨로, 순원 선생의 대학원(경기대) 동기다. 괵한씨는 2014년부터 강 선생에게서 글과 그림을 배우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언젠가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선생님이 2년에 한 번은 전시회 때문에 한국에 들어간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선생님께 부탁드렸어요. 한국 갈 때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그랬더니 이렇게 깜짝 놀랄 일이 생긴 거죠.(웃음)"
괵한씨의 한국 방문, 아니 사천 방문에 관한 더 자세한 얘기는 강씨로부터 직접 들었다. 그녀는 괵한씨의 안부가 궁금해 지난 1일 사천을 찾았고, 괵한씨와의 인터뷰 통역도 맡았다.
그녀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터키 한국문화원에서는 서화교실 참가자들이 일 년에 한번 전시회를 여는데, 그때마다 작품을 한국으로 보내 배접과 표구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그런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면 문하생들 중 누군가가 이 일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괵한씨가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순원 선생을 떠올렸다는 얘기다.
순원 선생의 부탁에 사천표구사 최훈 사장이 흔쾌히 동의했다. 또 월주 윤향숙 선생이 서각 지도를 하겠노라 나섰다. 이런 배경과 까닭으로 괵한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더운 시기에 사천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순원 선생의 '오케이'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며칠간, 정말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는 괵한씨. 그러나 정작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땐 걱정이 앞섰단다. 특히 서울에서 홀로 사천행 버스에 몸을 실을 때가 절정이었다.
"선생님과 같이 있을 땐 몰랐는데, 혼자 남으니까 걱정이 확 밀려오더라고요. 선생님은 '화장실 갔다가 길 잃어버릴 수 있다'며 '물도 많이 마시지 마라'고 했어요.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사천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데, 한 아줌마가 '괵한'하고 큰소리로 부르는 거예요. 그 소리에 불안감이 모두 사라졌어요."
그는 사천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호의를 베푸는 것에 감동 받았다고 했다. 만나는 사람들이 대체로 순원 선생을 통해 소개 받은 이들임을 감안하더라도 '상상 그 이상'이었다는 얘기다.
"한국사람들은 누굴 만나도 정이 넘쳐요.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 감동이죠. 특히 순원 선생님이 열흘 정도 자리를 비웠을 때는 여러 사람들이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었어요. 냉장고에 갖가지 음식도 채워 주면서. 정말 형식적이지 않은 따뜻함이었죠. 이런 느낌을 앙카라에 있는 친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