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가 지난 4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시연
국군병원이나 군부대도 가습기살균제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육·해·공군과 국방부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아래 사참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소위원회(소위원장 최예용, 아래 진상규명소위)는 19일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약 12년간 육·해·공군과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12곳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병원 환자 병동, 장병 생활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
진상규명소위는 7월부터 군 가습기살균제 사용 실태 조사에 착수해 모두 12곳에서 3종류의 가습기살균제를 800개 이상 구매해 사용한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이번에 확인된 곳은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 병동을 비롯해 육군 20사단,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신병교육대대 생활관, 공군 제8전투비행단, 해군교육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사관학교, 국방과학연구소 등 12곳이다.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은 애경산업 '가습기메이트'를 2007년과 2010년 사이 290개, 2009년과 2011년 사이 112개를 각각 구매해 사용했다. 사참위는 국군양주병원 실지조사 결과 군병원 병동에서 생활하는 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군복무 중이던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던 이아무개(30)씨는 폐섬유화 진단을 받고 지난 2017년 정부에서 폐손상 4단계 판정을 받았다.
공군 기본군사훈련단도 2008년 10월 애경 '가습기메이트' 390개를 구매해 사용했고 신병교육대대 생활관 병사들에게 사용된 걸 확인했다.
또 공군 제8전투비행단 대대 생활관 안에서도 2007년~2008년 사이 겨울철에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당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복무했던 황아무개(34)씨는 "가습기살균제를 병사나 간부가 사비로 사 온 건 아니고 보급품으로 나온 것 같다"면서 "생활관에는 방이 7개 있었는데 방마다 가습기가 1대씩 설치돼 있어 물통을 교체할 때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