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폐기능 저하...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

[현장] 김용균 시민대책위 "발전소 작업 현장 여전히 위험" 정부 대책 촉구

등록 2019.09.03 15:02수정 2019.09.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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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서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발전소 위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서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발전소 위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희훈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하청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 그가 떠난 지 267일이 된 3일 어머니 김미숙씨는 청와대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발언을 이어가던 도중 그는 밀려오는 울음 탓에 잠시 말을 멈춰야 했다.

"제 아들 용균이는 제 목숨보다 훨씬 더 소중한 아들입니다. 아들을 다시 살려내고 싶어도 살아 돌아올 수 없는 현실에 매일 제 가슴은 무너져 내립니다. 미칠 것 같지만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고 있습니다... 조금만 부주의하고 조금만 실수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장은 더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날 김미숙씨를 비롯해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는 지난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차영환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만나 '진상조사 결과 종합보고서'와 개선 권고안을 최종 전달했다.

'특조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12조에 따르면 특조위는 활동 보고서를 발간해 발표한 뒤 개선 과제 및 재발방지대책을 국무총리에게 권고하도록 돼있다. 이어 국무총리는 특조위의 권고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관련 정부 부처에 조치를 명할 수 있다.

김미숙씨는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란 김용균씨 사망사고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이다.

이어 김씨는 "강력한 법적 제재가 이뤄져야 안전대책이 세워진다고 본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는 22개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해 더이상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죽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법 제정을 촉구했다.

"정부가 특조위 결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서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발전소 위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서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발전소 위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희훈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서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발전소 위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서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발전소 위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희훈
 
현장에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박아무개씨가 참석해 발언했다.


"이미 대통령께 간곡히 말씀드렸다. 정규직 안 해도 좋으니까 제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지만 발전소 노동자들은 그동안 서서히 죽어갔다. 현장에서 1급 발암물질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정말 몰랐다. 이런 현장에서 더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

특조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근무하는 발전소에는 결정형 유리규산 등 1급 발암물질이 매우 높은 농도로 검출된 것으로 나왔다. 탄광 노동자들과 같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이번 특조위 결과 보고서를 보니 저희 폐 기능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하더라. 이런 상황 탓에 우리는 작년에도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외쳐야 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직접고용까지도 아니다. 직접고용이 되려면 먼저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사람으로 대우 받을 수 있도록 죽음의 외주화 현장을 바꿔달라. (이게) 5600명 노동자가 대통령께 드리는 절박한 목소리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특조위가 낸 결과의 요지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구조적 살인'이었다는 것이다"라며 "즉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참사가 일어났다는 걸 입증한 건데, 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어 "구조, 이 죽음의 사슬이 아직도 끊어지지 않고 그대로 돌아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라며 "(대책 없이) 시간 끄는 사이에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 발전소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직고용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획기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특조위가 낸 결과에 대해 이낙연 총리가 이례적으로 언급을 했다. 최선을 다해 조사 결과를 이행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특조위가 낸 결과를 제대로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앞에서는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게 비일비재 하다"며 "그러니 이 문제를 책임있게 짚어나가면서 진실이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용균의 죽음을 끝으로 위험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을 바로 잡고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지키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이제 그 책임을 다할 때"라고 촉구했다.
#김용균 #특조위 #외주화 #하청업체 #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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