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판테온 신전 격자무늬 돔의 구조 모습
한정환
판테온은 둥근 바닥의 지름과 건물 높이가 똑같다. 바닥의 지름이 43.3m이다. 입구에는 16개의 코린트식 화강암 원기둥이 주랑(柱廊)을 이루고 있다. 이 기둥의 높이만 해도 12.5m이다. 그리고 판테온 벽의 두께는 무려 6.2m에 달한다.
판테온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구멍이 뻥 뚫린 천장이다. 그것도 실내 구조가 둥근 원형으로 된 돔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문 입구로 들어서면 실내가 뻥 뚫린 기분이라 답답함이 없어 좋다.
이런 넓은 공간에 4535톤이나 되는 무거운 돔을 지탱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돔을 받쳐주는 기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아치 공법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벽이 그 무게를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격자무늬 모양의 움푹 들어간 돔의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돔의 조형미도 살리고 하중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다.
철근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판테온이 수많은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가 돔 위쪽으로 갈수록 돌을 가벼운 것으로 얻어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한 구조 덕분이다.
건물 천장에 구멍이 뚫린 자리를 오쿨루스(Oculus)라 부르는데 태양을 상징한다. 지름이 9m인 구멍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이다. 벽면에 창문이 없어도 어둡지 않다. 오히려 천장의 구멍으로부터 들어오는 자연광은 판테온 내부를 골고루 밝히며 신전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기까지 한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정오 12시가 되면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이 정문으로 향한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추는 각도도 변한다. 건물을 지을 때 이런 섬세한 부분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들이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지붕에 구멍이 뚫려 있으니 비가 오면 어떻게 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슬비 정도의 비는 내부의 상승기류가 구멍으로 빠져나가면서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비가 많이 올 때는 빗물이 판테온 내부로 들어오는데 내외부의 압력 차이로 그다지 많이는 들어오지 않는다.
설령 들어온다고 해도 내부로 떨어진 빗물은 아래 바닥에 구멍이 뚫린 곳으로 빠져나간다. 이곳이 배수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판테온 신전 내부의 무덤들
판테온은 비잔틴제국의 황제 포카스가 609년 교황 보니파시오 4세에게 선사한 이후, 가톨릭 성당으로 개축되어 사용되었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는 무덤으로 사용하게 된다. 기원전에 세워진 신전에서 지금도 미사가 열리는 판테온은 죽은 이의 영혼까지 포근하게 품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