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작가서촌 옥상화가로 불린 김미경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철관
제주도 동백나무에 매료된 이후, 2년여 간 전국을 다니며 펜으로 나무를 그렸다. 서울 서촌의 느티나무뿐만 아니라 전남 강진, 경북 경주와 포항, 충북 괴산,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딸이 살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가 그곳 나무를 그렸다. 행복을 기원하고 인간을 지켜주는 '성황당'같은 존재로 나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근사해지고 인간들을 위해 바람과 그늘도 제공하고 인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말이 없다. 그래서 인간의 오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됐다."
전시 대표작품으로 '제주도 가시리 구석물당'과 '오늘도 걷는다3'을 꼽았다. '제주도 가시리 구석물당'은 구불구불한 가지와 검은 현무암 위에 동백꽃잎이 점점이 떨어진 모습을 애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슬픔을 머금은 풍경임에도 낙화의 자태가 너무 곱기에, 모진 세월을 견디며 아름다움을 버려낸 동백나무의 강인함 그 자체를 표현했다."
'오늘도 걷는다3'는 첫 개인전에도 등장한 거리인 서울 경복궁 서쪽 영추문 앞에 앉아 그렸다. 4년 만에 다시 그린 작품인데, 박근혜 정부 시절 그린 첫 개인전 그림은 동네 거리 풍경과 군복을 착용하고 걸어 다닌 전투 경찰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길거리에 휘감아 도는 나무를 초점으로 그렸다는 것이 특징이다.
"4년 만에 다시 화구를 가지고 영추문 앞에 와 앉아보니 나무의 넉넉한 품새가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열린 시선으로 나무에 초점을 맞춰 풍경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