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제5 공진호 사건의 재심 항소심이 열렸다.
변상철
"검찰이 뭐가 바뀌여. 그대론디. 법무부 장관도 XX하고 그만두게 하는 판인데 우리 재판도 가만 놔두간디."
"법원에서 무죄라고 하는 데도 아니라고 항소하니 어쩌니 하면서 떼쓰는 거 봐유."
"판사가 고문했다 막 불법으로 가두고 강압적으로다가 수사했다 인정했는데도 검사가 항소하는 게 말이 되냐구유. 참말로."
지난 15일 오후 5시, 전주지방법원 앞에 모인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유족들은 저마다 불만을 토해냈다. 그랬다. 지난 7월 11일 군산지원에서 재심 선고 결과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들은 모든 한이 풀렸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전주지방법원에 항소했던 것이다.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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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항소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 변호인 등이 법원 앞에 모였다. 이들은 검찰에 대한 불만을 한마디씩 토로했지만, 재판은 진행되어야 했기에 법정에 들어섰다. 판사가 입장한 후 재판이 시작되었다. 먼저 판사는 검사의 항소이유를 설명하라고 하였다. 검사의 항소 이유는 이러했다.
"원사건 피고인에게 가해진 불법행위에 유감을 표한다. 이와 같은 항소가 오히려 피고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건은 기계적으로 무죄에 대해 항소를 한 것이 아니라 유사한 사건에 대해 유죄가 된 판결이 있기 때문에 검찰의 과거사 매뉴얼에 따라 항소한 것이다.
요약하면 피고인의 법정 진술은 임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바 이것을 다툴 이유가 있다고 본다. 부언하자면 해당 사건이 오래된 사건인 만큼 피고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수사기관인 검찰에 해당 증거의 수집 및 증인을 물색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시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고문 폭행 수사관이 방청석에... 어떻게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검사의 말은 불법 수사 등으로 인해 억울한 처벌을 하였던 과거사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무리한 항소를 자제하라던 법무부 장관 지시와 배치되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허위 진술이 강요되었고, 그렇게 수집된 증거로 제출된 공소내용이나 증거는 그 자체로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는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사 사건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의 판단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1심과 달리 유죄를 의심할 만한 다른 특별한 증거도 없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고문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은 이미 재심 확정 당시 불법 구금, 고문 등에 대해 법원이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다르게 해석할 증거도 검찰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의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무슨 억지인지 모르겠다.
특히 검사가 1960년대 법정 진술은 임의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당시의 재판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60년대 처음 군산에서 재판을 받을 때 당시 법정에는 자신들을 고문하고, 폭행했던 수사관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졌는데 어떻게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진실을 이야기하면 다시 군산경찰서로 연행되어 그 모진 고문을 다시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자신이 받았던 고문과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러한 주장은 이미 지난여름에 열렸던 재심 재판에서 주장했던 이야기이며, 재판부가 무죄판결 취지의 근거로 인용한 내용이다.
만약 검찰이 60년대 법정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재판임을 확인하고 싶다면 당시 수사관을 재판에 세우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 수사관이 당시 자신들이 조사했던 피해자들, 특히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을 마주 보고 증언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검사와 판사가 확인하면 될 것이다. 피해자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가해 수사관이 피해자를 똑바로 응시할 수 있다면 언제든 법정에 출석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납북귀환어부 등 이 사회의 약자들을 과거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해 피해를 끼쳤던 점을 응시하고, 그 가해에 검찰 자신이 올바른 수사를 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었던 것을 사죄하고, 오히려 직권으로 관련 사건들의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을 스스로 규명해 인권보호기관이라는 사법부로서의 소신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음 재판은 11월 12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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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사건 무죄 판결에 '매뉴얼 대로' 항소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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