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 양돈수의사회 ASF 비상대책 센터장
김현일 제공
- 9월 17일 한국에서 ASF가 처음 확진 판정됐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을 진단한다면?
"정부가 ASF 발생 1년 반 전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나름 준비를 했다. 그 결과로 말하자면 '아주 잘함'과 '보통', '아쉬움'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아주 잘한 것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불법 축산물에 대한 검역'이다. 이건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관리를 강화해 세계에서도 가장 철저한 수준이었다. 검역이 철저한 호주와도 비교할 수 있다. 호주는 전체 관광객 중 30%를 전수조사하는 나라로 이를 어길 경우 높은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우리도 여기에 버금가는 수준의 검역을 했다.
두 번째는 보통은 '잔반' 문제다. 해외에서 아무리 불법 휴대 축산물을 가지고 입국해도 이걸 돼지에게 직접 먹이지 않으면 ASF가 걸릴 이유는 없다. 문제는 버려진 음식물을 사육 돼지에게 먹이는 농장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6000여 양돈 농가가 있다. 이 중 300개 양돈 농가, 약 5% 정도가 사육 돼지에게 잔반을 먹이로 준다. 100개 양돈 농가는 옛날 방식으로 잔반을 직접 끓여서 먹이로 줬고, 나머지 200개 양돈 농가는 전문 처리업자가 잔반을 사료화한 것을 먹이로 주고 있다. 이는 ASF가 국내에 발병하기 전 정부가 6000개 양돈 농가에 전화를 걸어 잔반을 먹이로 사용하는지 전수조사한 결과다.
정부가 전수조사는 잘했으나 '잔반 급여 금지' 조치는 늦었다. 지난 7월 25일에서야 재래식으로 직접 잔반을 끓여서 먹이로 주는 100개 양돈 농가만 '잔반 급여 금지' 조치를 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자. 중국과 베트남에 ASF가 창궐한 이유 중 잔반도 큰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잔반을 먹이로 주지 않는다. 또한 금지 조처를 내렸으나 이를 확인하는 조사가 없었다.
세 번째는 야생 멧돼지에 대한 조치다. 멧돼지는 환경의 일부로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조건 줄이거나 그럴 수 없다. 야생 멧돼지도 ASF에 걸리면 100% 죽는다. 이들을 보호하고, ASF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도 야생 멧돼지가 ASF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했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야생 멧돼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위험 지역에서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10월 16일에 공개된 한돈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야생 멧돼지 검사 건수가 53건에 불과했다. ASF 발생 이후 한 달 만에 160건 정도를 검사한 것과 대비된다. ASF가 야생 멧돼지를 통해서 전파된다는 걸 알았는데도 멧돼지에 대한 사전 검사와 야생 돼지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하지 못한 게 아쉽다."
- 10월 9일 연천군에서 14번째 ASF가 발생한 뒤, 열흘이 넘도록 양돈 농가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난 경우가 없다. 정부가 양돈 농가 방역에서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 성과를 거둔 것이다. 예로 베트남은 ASF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돼지 농가 200곳이 감염됐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사육 농가 발생 건수로는 14건이 끝이다. 이런 수치가 방역을 잘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사육 농가 발생 지도를 살펴보면 휴전선 인근 지역이다. 여길 오가는 사람과 차량이 많다. 그런데도 더 이남하지 않는 것은 차단 방역을 잘하고 있어서다."
-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계속 ASF가 검출되고 있다. 10월 21일 기준 11건으로 늘어났다.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보긴 이르다. 멧돼지는 자기 영역이 있어서 고르게 분포한다. 그래서 사체 발견도 쉽지 않다. 민간인 통제구역을 넘어섰지만 확산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 단, 멧돼지가 더는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강력하게 저지해야 한다."
- 어떻게 강력하게 저지해야 하는가?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 뒤에 그는 종이에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은 원을 그리며) 감염지역이 있으면 (조금 더 큰 원을 그리며) 완충 지역을 설정한다. 그리고 이들보다 조금 더 큰 게 집중 사냥지역이다. 집중 사냥지역 밖에서 감염지역으로 멧돼지를 밀어 넣어야 한다. 총을 쏘면 다른 지역으로 도망간다고 하는데, 집중 사냥지역에 울타리를 치는 등 차단막을 설치하면 그런 일은 없다. 이러면 총을 쏘지 않고도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자연스럽게 방역막 안에서 폐사하게 된다. 강력한 조치는 총으로 멧돼지를 사살하는 게 아니라 더는 수도권으로 이남 하는 걸 차단하는 걸 말한다."
- 아직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에 대해선 파악된 게 없다.
"휴전선 근처에서 발생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 북한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아직은 북한과 농장을 연결한 매개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잔반 급여 금지 조치가 좀만 더 빨랐다면 아예 배제할 수 있을 텐데, 조치가 늦은 것도 좀 아쉽다. 북한에서 내려왔다고 가정하면 군사분계선 주변 멧돼지가 감염되고, 그 다음에 민통선 밖에 있는 농가로 퍼져가는 게 상식인데, 그것을 증명할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발병 원인 및 전파 경로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 향후에도 발병 원인과 경로 파악이 어려운가?
"그건 아니다. 이제라도 정밀하게 조사한다면 가능하다. 야생 조류와 물, 야생 멧돼지, 심지어 파리까지 다 검사한다면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연천에서 발생한 1차가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9일 연천군 양돈 농가에서 발생한 14차 ASF 확진 판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황을 보자. 연천군 양돈 농가에서 지난 9월 19일 ASF가 확인됐다. 그리고 같은 지역에서 두번째로 발생한 게 지난 9일 14차다. 20일이 지나서 사육 돼지가 ASF에 감염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 연천지역은 이동 제한이 걸려 있었다. 방역도 철저히 되고 있었다. ASF는 보통 1주일 이내 발생한다. 이는 무엇인가가 감염지역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게 뭔지 모를 뿐이다. ASF 전파 경로 미스터리는 연천군 14차 발생 양돈 농가를 조사하면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돼지 사육 농가의 살처분과 야생 멧돼지 사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감염지역에 있는 야생멧돼지를 일부 사살하는 건 꼭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연천군 지역의 광범위한 살처분은 지양하는 게 좋다. ASF는 직접 접촉에 의해 발병한다. 구제역처럼 공기로 전파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살처분 지역을 구제역과 같은 3km로 하는 건 맞지 않는다. 500m 이내로도 충분하다. 광범위한 살처분보다는 정확하고 빠른 살처분이 더 필요하다."
"ASF 해법, 과학적 분석과 양돈 농가 선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