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의 한쪽 벽면에는 책장이 설치되어 있고, 아래에는 마루 형태다. 마루는 가변형 의자들로 강좌를 열 때는 배치가 달라진다.
안은성
- 인테리어가 참 예쁘다.
"인테리어는 이웃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그러다보니 인테리어 업체와 13차례나 미팅을 했다. 분리가 가능한 좌식 마루도 이런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출입구가 있는 전면은 유리로 된 폴딩 도어를 설치해 날씨가 좋을 때는 활짝 열 수 있도록 했다. 마주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동시에 설치한 노란 어닝 덕분에 골목이 많이 화사해져 좋다고 이야기하는 주민들이 많다.
자금이 넉넉치 않아서 공사를 하는 동안 조합원과 주민들이 일손을 보태었다. 테이블에 칠을 하는 작업이나 트럭을 빌려와 의자를 실어오는 일도 조합원이 나서서 한 덕분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 매출을 올리는 노하우가 있다면?
"디저트로 샌드위치와 빵을 판매한다. 샌드위치 재료는 안산 아이쿱생협을 이용해서 구매하고, 그 외의 빵류는 '케잌드라마'라는 곳을 이용해 구입한다. 친환경 디저트류는 건강에는 좋지만, 재료비가 높아 수익률이 떨어진다. 간혹 맛이 없는 경우도 있다.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 가장 힘든 게 적자일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하는가?
"대표자 인건비가 5개월 연체돼 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적자가 나더라도 마을사업을 계속해야 공간이 유지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총회에서 개인조합원 회비를 받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하반기에 적극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조합원들과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10년 동안 맺어왔던 관계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운영의 절박함 앞에서 돈을 내기도 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고민한다."
로망과 현실의 차이, '마실'을 나서며
'마실'은 2층과 3층의 세입자로부터 받는 165만 원의 월세로 은행 대출이자 160만 원을 지출한다. 그 외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는 카페의 자체 수익으로 마련해야 한다.
'마실'은 건물을 소유한 공동체라도 공간의 운영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건물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빚이 발생했고, 건물주에게 월세를 안 내는 대신 은행에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질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탓에 수익률도 낮다. 월매출 660만 원에 재료비와 운영비로 지출이 620만 원이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공동체 공간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지방정부 소유의 유휴공간을 내어주거나 주민위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해달라는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카페를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나무'나 '마실'같은 마을카페가 주민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할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립 후 3년 만에 '자율카페'로 바꾸며 인건비 문제를 해결한 용인 동천동의 '파지사유'는 이런 점에서 '마실'과는 다른 운영 모델을 보여준다.
(* 다음 화는 용인의 문탁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마을카페 '파지사유'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