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오전 '서울둘레길, 세계인이 걷는다'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수령 600년에 달하는 '방학동 은행나무' 앞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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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의 난코스인 무수길로 오르기 전에 만나는 조선 세종의 맏딸 정의공주 묘와 목적지 부근에 나오는 능원사에 이르러서는 "묘에 묻힌 사람이 누구냐", "이 사찰은 얼마나 오래됐냐"고 물으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울창한 산이 둘러싸면서도 넓은 강을 끼고 있는 입지 조건을 함께 갖춘 대도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도시 어느 곳에서나 다니기 수월한 둘레길을 만든 서울의 경쟁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4년째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 유학생 샤퀘롤 심스(27)씨는 "내 고향은 남부 조지아주다. 도시 한가운데에 살면서 울창한 가을 단풍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라며 "한국은 총기 문제가 없고 교통과 음식도 훌륭하다. 나에겐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흡족함을 표시했다.
20여 개국을 여행 중이라는 콜롬비아 출신 가브리엘라 플로렌스(22)씨는 "대도시 주변에 울창한 산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강이 빈약하고, 넓은 강을 낀 도시에는 산이 없다"며 "세계의 다른 도시들과 견주어봐도 서울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도시"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아미나 에드먼즈(25)씨는 "등산을 워낙 좋아해서 충남 대둔산과 제주 한라산까지 가본 적이 있는데 서울의 산들도 그에 못지않다"며 "영국에서는 산행을 즐기려면 북부 고원지대(하이랜드)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독일인 라라 크레우츠먼(23)씨도 "독일에는 대도시 주변에 산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콩고 자유국 출신의 경제학과 대학원생 이브 오샤와(29)씨는 "콩고에는 수도 킨샤샤에서 40km 거리에 만겐겐게산(해발 718m)이 있는데, 많은 사람이 신에게 기도하러 그 산을 오른다. 하지만 서울처럼 산책하듯 산을 거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